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봉하대군'이 결국 구속될 위기에 놓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는 참여정부 5년 동안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고 이로 인해 요주의 감시 대상이 됐던 인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단속 실패 전례를 지켜봤던 노 전 대통령은 어느 정권보다 철저한 친인척 관리에 나섰다.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를 모두 해외로 내보내 '로비꾼'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세칭 명문가 출신이 아니었던 만큼 다른 친인척 중에서는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이 없었고 관리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노씨는 유일한 예외였다. 그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2월 "K씨가 국세청장 감이다"라고 말해 한 바탕 논란을 일으켰다. 노씨는 1978년 금품수수 사실이 적발돼 파면될 때까지 10년간 세무공무원으로 재직했다. 국세청 인사 개입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아연 긴장했고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때부터 노씨는 '호가호위' 가능성을 의심받았고 '봉하대군'이라는 비아냥 섞인 별칭을 얻기도 했다. 노씨는 그 해 5월 또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노씨가 1998~2003년 거제 국립공원 지역에 두 채의 별장 등을 신축했다가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투기 및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대형 사고는 이듬해에 터졌다. 2004년 3월 검찰의 대우건설 비자금 조성 및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 과정에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자신의 유임 청탁과 함께 노씨에게 3,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 것. 노씨는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설상가상으로 남 전 사장이 한강에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좋은 학교 나오시고 성공하신 분들이 별 볼 일 없는 시골 사람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공개 기자회견 직후였다. 노씨는 이후 법정에서 자신을 훈계한 재판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훈계를 하느냐"고 따져 또 한번 눈총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청와대의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졌다. 전 세종증권 고위 관계자가 최근 검찰에서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이 '민정수석실의 감시가 워낙 철저해 직접 돈을 주기는 힘들다'고 노씨를 설득했다"고 진술할 정도였다. 그러나 천라지망(天羅地網)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2005년 홍 사장은 감시망을 뚫고 노씨를 만나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 대한 세종증권 인수 로비 청탁을 했고 노씨는 이를 수용했다. 검찰은 노씨가 이 과정에서 거액의 금전적 이익을 챙겼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경우 노씨의 '일탈'은 동생의 최대 장점이었던 도덕성에 굵은 생채기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노씨에게는 이것이 몇 년의 징역형보다 더욱 두려운 형벌이 될 듯하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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