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법재판소가 2일 여당의 해체와 솜차이 옹사왓 총리 등 여당 지도자의 정치 활동 금지를 결정하자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시위대가 스완나품공항 등의 점거 농성을 일주일 만에 풀기로 하는 등 태국 사태는 외견상 한 고비를 넘긴 듯 보인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정국 수습책이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도리어 향후 정국이 더 깊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이날 전망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퇴진 목표로 삼은 탁신 전 총리 측근들이 정당 간판만 바꿔 집권을 연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연정을 이끄는 국민의힘(PPP) 소속 의원 가운데 정치 활동이 금지된 37명을 제외한 216명 전원은 PPP를 해체하고 '푸에아 타이'라는 새 정당을 결성, 조기총선 없이 새 정부를 구성하려 하고 있다.
신당의 총재로는 탁신 치나왓 전 총리의 사촌이자 육군 최고사령관 출신 차이식 치나왓 등이 거론되고 있다. 탁신 전 총리의 측근 작락폽 펜카이르 전 총리실 장관은 "새 정당의 다수의석을 바탕으로 다시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하지만 새 정부가 친 탁신 세력으로 채워질 경우 PAD가 언제든 거리로 뛰쳐나갈 수 있기 때문에 태국 사태는 여전히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친정부 시위대는 이날 헌재 결정을 규탄하면서 헌재 건물로 공급되는 전원을 한때 차단하고 극렬 저항하는 등 최근 부쩍 세 과시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5일 푸미폰 국왕 생일을 앞두고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 세력이 국왕 생일 이후 충돌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며 상황이 극단으로 흐르면 자칫 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보도하면서 현지 유력신문 방콕 포스트 편집간부의 말을 인용해 "태국 700년 역사상 유래 없었던 내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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