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최신작, 월드 프리미어 등 화제작이 대거 무대에 오르는 2009년엔 침체에 빠진 한국 뮤지컬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을까. 열쇠는 신인 뮤지컬 배우들이 쥐고 있다. 최근 잇따라 오디션 결과를 발표한 내년 기대작 캐스팅의 면면을 살펴보면 유난히 낯선 얼굴이 많은 까닭이다.
우선 한국 공연 확정 전부터 기획사들간의 라이선스 경쟁이 화제가 될 정도로 뮤지컬 업계와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모은 브로드웨이 최신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최근 출연진을 확정했다.
지난 가을 약 900명의 응시자가 몰린 가운데 서류와 실기 전형, 2주간의 워크샵까지 거친 오디션을 통해 남자 주인공 멜키어 역은 TV로도 활동 영역을 확장한 김무열씨가, 비중 있는 조역 모리츠 역은 '헤드윅' '내 마음의 풍금' 등으로 인기를 끈 조정석씨가 맡게 됐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스트는 새로운 얼굴들로 구성됐다.
특히 여주인공 벤들라를 맡은 김유영(22)씨는 동서대 뮤지컬학과 4학년에 재학 중으로,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대학생 부문에 참가해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게 경력의 전부인 신인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제작사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사춘기 청소년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상 무명의 젊은 배우들의 오디션 참여도가 높았다"면서 "가장 많은 잠재력을 보여준 김유영을 무대 경력과 상관없이 여주인공에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2006년 5월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후 그해 말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옮긴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이듬해 토니상 작품상을 비롯한 8개 부문을 휩쓴 작품. 독일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 희곡이 원작으로 성에 눈뜨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의 불안과 성인들의 권위의식의 대립을 그린다. 내년 6월 30일부터 2010년 1월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국내 초연된다.
내년 2~7월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세계 초연 무대로 선보일 한미 합작 뮤지컬 '드림걸즈' 역시 최근 오디션을 끝내고 2일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총 1,200명이 지원, 6개월간 계속된 오디션에서 선발된 주인공들은 커티스 역에 김승우 오만석, 에피 역에 홍지민 차지연, 디나 역에 정선아씨 등이다. 2006년 '라이온킹'으로 데뷔한 차지연(26)씨는 13년차 뮤지컬 배우 홍지민씨와 더블 캐스트로 주인공 역을 당당히 따냈다.
정선아씨가 연기할 디나 존스 역의 커버(주인공이 무대에 서지 못할 때 대신하는 배우)를 맡은 박은미(20)씨는 영문학도로 이번이 생애 첫 뮤지컬 무대다.
내년 1월 9일부터 3월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될 '렌트'는 신작은 아니지만 뮤지컬 배우 1세대 남경주 최정원씨를 비롯해 이건명 정선아 김호영씨 등 스타들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스테디셀러. 지난해 톱스타 조승우씨가 맡았던 로저 역에 이번에는 신인 유승현(23)씨가 캐스팅됐다.
유씨는 지난해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로 데뷔, 올해 '싱글즈'와 '안녕! 프란체스카'에 앙상블 배우로 참여했다.
이밖에도 내년 8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될 '노트르담 드 파리'의 페뷔스 역을 맡은 최수형(29)씨는 MBC합창단, 김천시립합창단 출신의 신인 배우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마케팅의 상당 부분을 스타에 기댔던 뮤지컬계가 제작비 상승, 겹치기 출연 등의 문제와 시장 위축을 겪으면서 작품의 수준 향상을 통해 스타를 함께 키우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라면서 "적극적인 신인 발굴은 한국 뮤지컬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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