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17대 임금 인종이 묻힌 개성 장릉(長陵)에서 출토된 유물 전부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일부터 내년 2월 15일까지 미술관 청자실에서 '고려 왕실의 도자기'전을 열고 인종 장릉 출토품을 비롯해 12세기부터 13세기 전반의 고려 왕실 도자기를 전시한다. 고려 왕릉에 어떤 것들이 묻혀 있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를 기획한 강경남 학예연구사는 "고려시대 왕릉은 대부분 도굴돼 유물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데 인종 장릉의 경우 1916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도굴된 유물들을 일괄 구입,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다"면서 "고려 도자 연구는 물론 12세기 고려의 사회와 문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장릉의 위치는 개성 일대로 추정되고 있을 뿐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유물들이 장릉의 것이라는 걸 입증해주는 것은 '황통(皇統) 6년'(1146)이라는 제작 연대가 적힌 인종의 시책(諡冊)이다. 시책은 왕과 왕비가 죽은 후 시호와 그 내력을 기록한 문서를 말한다. 인종 시책은 고려 왕릉의 시책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시책은 일반적으로 옥으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졌으나 인종 시책 분석조사 결과 옥이 아니라 대리석과 비슷한 방해석(方解石)으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 시책은 유물을 수호하는 의미의 그림인 호국신장상이 새겨진 것 2점이 양쪽에 있고, 가운데에 글귀가 새겨진 것 41점이 있다.
이번 전시에는 국보 94호 '청자 참외 모양 병'을 비롯해 청자 합, 청자 뚜껑있는 잔, 청자 받침대, 청동 도장, 은제 수저, 청동함, 석제함 등 인종 장릉 출토품들이 모두 전시된다.
청동함과 석제함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간 도자기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수장고에 있다가 이제야 일반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무엇을 담던 함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청동함은 겉면이 주석으로 도금돼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고려 19대 임금 명종이 묻힌 지릉(智陵), 21대 희종의 석릉(碩陵), 22대 강종의 비인 원덕태후의 곤릉(坤陵), 24대 원종 비인 순경태후의 가릉(嘉陵), 강화 능내리 고분, 왕의 행궁이 있었던 파주 혜음원(惠陰院) 터 등에서 출토된 도자기도 나온다.
고려 왕실 도자기를 생산했던 전남 강진 사당리와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도자 조각들도 복원돼 공개된다. 3일 오후 3시에는 고려 왕실 도자기에 대한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강연회가 열린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