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도 뭄바이, 첫 총성 후 '피의 12시간' 軍은 없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도 뭄바이, 첫 총성 후 '피의 12시간' 軍은 없었다

입력
2008.12.02 01:11
0 0

사방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11월 26일 오후 9시께 인도 뭄바이 외곽 콜라바의 작은 어촌. 토박이 어부들은 낯선 젊은 사내 10명이 공기 부양 보트에서 신속하게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한결 같이 근육질 몸매에 묵직한 배낭을 매고 있었다.

이들에게 호기심을 느낀 한 어부가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사내가 억센 북인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나직하지만 공포감을 자아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 시키지 마라,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그 대답에 어부는 식은 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사내들은 택시 두 대에 나눠 타고 뭄바이 도심 나리만 상업지구로 향했다. 30여분 후 오베로이 호텔이 도심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함께 나타났다. 택시에서 내린 사내들은 2, 3명씩 무리 지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60시간의 살육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밤 9시 35분, 오베로이 호텔에서 기관총 소리가 울렸다. 정문에 있던 수위가 맥없이 쓰러지자 기관총을 꺼내든 사내들이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이들은 호텔 방문을 열고 보이는 대로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졌다. 호텔에서는 연기가 치솟고 비명이 이어졌다.

비슷한 시각, 호텔에서 멀지 않은 레오폴드 카페에서도 사내 두 명이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들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 서두르는 것 같았다. 행인이 보이는 대로 총을 난사했다. 도로 건너편에 경찰서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파르항 제하니ㆍ레오폴드 주인)

카페에서 순식간에 외국인 3명 등 7명을 살해한 사내 두 명은 인근 타지마할 호텔로 걸음을 옮겼다. 미리 도착한 일행과 합류해 이들은 본격적인 학살극을 자행했다.

비극은 차하트라파티 중앙 철도역에서도 일어났다. 대합실 중심부의 리프레시 식당에 있다가 현장을 목격한 식당 종업원 이르샤 칸(26)은 "갑자기 불이 꺼져 전기가 나간 줄 알았다. 그 때 창 밖에서 콩 볶는 소리가 나고 행인들이 공포에 질려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12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인도 일간 뭄바이 미러의 사진기자로 현장을 목격한 세바스찬 드수자는 "역 곳곳에 경찰이 있었지만 하나같이 숨기에 급급했다"며 "학살이 벌이지는 20여분 동안, 경찰에게 대응 사격을 하라고 다그쳤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의 대응은 다음날 오전 9시가 돼서야 시작됐다. 육군, 해병대, 국가안보대(NSG) 요원으로 구성된 진압군은 교전 끝에 9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다.

경찰은 "생포된 테러범은 파키스탄 국적의 아잠 아미르 카사브이며 철도역에서 학살극을 자행했다"며 "심문 결과 테러범들은 파키스탄 카슈미르의 무장 세력 은거지 라왈핀디에서 집단 훈련을 받은 후 카라치 항구에서 트롤 어선을 빼앗아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카라치 항구에서 트롤 어선의 주인이 시체로 발견됐다"며 "어부 4명도 함께 살해돼 바다로 던져졌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