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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역하인리히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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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역하인리히 법칙'

입력
2008.12.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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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법칙이란 게 있다. 1930년대 미국 보험사에서 재해관련 통계를 다루던 H. 하인리히라는 사람이 5,000건의 노동재해를 분석해본 결과 대형사고 1건이 발생하기 전에 같은 요인으로 비롯된 소형사고 29건이 있었고,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사고를 낳을 뻔한 크고 작은 사소한 징후가 300건 발견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1대 29대 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이 만들어졌다. 여기까지의 얘기는 대부분 안다.

시장 신뢰 성공한 오바마 경제팀

그러나 이 일화의 진정한 교훈은 누구나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에서 도리어 실패를 예방하고 성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역 하인리히 법칙'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위대한 발명이나 발견은 하찮고 사소한 것들의 힘을 강조하는 이 법칙을 잘 활용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법칙은 개인뿐 아니라 가계 기업은 물론 국가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위기상황을 관리하는 지도자의 비전과 메시지가 중요할 때 이 법칙의 유용성은 더욱 커진다.

지난 주 "단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차기 미국정부의 경제팀 인선을 서둘러 매듭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좋은 예다. 우선 명성과 경력에서 내정 인물들은 미국 지성계의 압축판으로 불릴 만하다. 우려되는 것은 라이벌 팀(Team of Rivals)을 넘어 거인팀(Team of Giants)으로까지 불리는 그들의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지휘에 맞춰 화음을 내게 하는 오바마의 리더십이다. 이 대목은 오바마가 홀로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고 정권의 성패가 걸린 부분이다.

한가지 시사는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의 상황을 '상자에 갇힌 느낌'이라고 표현한 오바마는 워싱턴을 고립된 섬에 비유하며 부쩍 정보 단절과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있다. '워싱턴과 거리 두기'로, 집권 실패를 초래할 사소한 징후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매일 겪고 있는 '고난의 맥박' 위에 나의 손을 계속 얹어놓고 싶어" 그는 백악관 외부에 비선조직을 만들 의사도 내비쳤다. 머리 좋은 참모들을 뭉치게 할 비방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이 같은 인선과 신속ㆍ과감한 경제회복책 약속에 뉴욕증시는 전례 없는 폭등으로 화답했다. 지난 주 다우지수는 5거래일 동안 1280포인트 올라 상승폭으로는 사상 최대, 상승률(17%)로는 1932년 8월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실물지표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이니 오바마 효과 혹은 프리미엄으로 해석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라 안쪽으로 눈을 돌리면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주 참 많은 질책을 쏟아냈다. 위기를 알리는 각종 경고음을 무시한 채 큰 소리만 치다가 위기를 더 키운 경제팀이 코 앞까지 닥친 위기의 실상을 깨닫지 못하고 사후약방문 같은 소리만 해대니 화가 날 법도 하다.

사실 규모로만 따지면 최근 한 달 여 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유동성 지원액이 133조원에 이르고 일자리 창출과 서민층 대책 등 민생부문 지원액도 3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기업과 은행 등의 도덕적 해이를 감수한 정부의 천문학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돈은 돌지 않고 한계상황에 직면한 민생의 어려움도 완화되지 않고 있다.

인적 시스템 수리 미룰 시간없어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정책이 잘못됐는지, 그 정책을 수립ㆍ집행하는 사람이 잘못됐는지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이젠 대내외 여건 탓을 할 시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일단 지금까지의 정책이 '선제적이고 과감하며 충분한' 내용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우리 금융시장만 보면 금방 안다. 실물로 가면 더하다. 오죽하면 전직 경제부총리가 남대문 화재참상의 재현을 걱정하겠는가. 위기의 징후를 사전관리하지 못했다면 미국처럼 같은 실책을 되풀이 않겠다는 의지와 지혜를 보여주고 그것을 시장이 믿게끔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은 미덥지 않고 그들을 닦달하는 대통령은 안쓰럽다. 지금 시장은 고장 난 인적 시스템과 같이 가기 싫다는 신호를 부단히 보내고 있다.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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