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씨라이프' 되도록 많이 사 둬."
"무슨 일이 있습니까."
"곧 외자가 들어올 거야. 한 1,000만 달러 정도."
"아직 안 알려진 내용인 것 같은데요?"
"곧 공시가 날 거야. 가격이 비싸더라도 무조건 많이 사둬."
2006년 11월 중순 한 증권사 직원 A씨는 고객인 기업가 임모씨로부터 뜻밖의 주문을 받았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티씨라이프가 조만간 외자를 유치할 예정이니 자신의 몫으로 주식을 많이 사두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며칠 뒤인 11월20일 이 업체가 임씨 말대로 "1,000만 달러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해외공모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 언론사주 일가의 투자 사실이 알려진 뒤 주가가 폭등했던 에스티씨라이프에서 미공개 정보가 줄줄 새나갔다는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횡령ㆍ배임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된 이 업체 사장 이계호씨가 임씨 등 지인들에게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봉 욱)는 이씨에 대한 추가 수사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유출 정황을 잡고 증권사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임씨가 공시 직전 주식 대량 매집 요구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임씨가 증권사에 주식 매집 요구를 하기 전날 이씨와 만난 사실을 확인, 이씨를 상대로 정보 유출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모 언론사주 일가의 투자 사실이 알려져 이 업체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한 그 해 10월30일 이전에도 임씨가 30만주를 매입한 사실을 추가 확인해 경위를 파악 중이다. 에스티씨라이프 주가는 언론사주 일가 투자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인 그 해 10월31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외자 유치 공시를 전후한 6거래일 동안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10월30일 주당 1,700원대이던 주가는 11월24일 장 중 최고 8,300원대까지 치솟았다.
검찰은 이씨가 이 무렵 전직 의원 조모씨를 만난 사실도 추가로 확인, 그가 당시 정ㆍ관ㆍ재계 지인들에게 광범위하게 미공개 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보 유출이 이뤄진 시점이 언론사주 일가의 투자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 당시 언론사주 일가의 역할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으나 검찰은 "언론사주 일가는 아직 별 다른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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