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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칭족 미꾸라지' 문화행사에 흙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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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칭족 미꾸라지' 문화행사에 흙탕물

입력
2008.12.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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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팝 아티스트 공연 기획ㆍ홍보를 하는 P씨는 얼마 전 공연장 바깥에서 공연 스태프들이 모여있는 곳을 망원렌즈로 들여다보고 있는 20대들을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고성능 카메라를 동원해 스태프들의 목에 걸려있는 신분증을 몰래 찍고 있었던 것.

P씨는 "이들은 망원렌즈로 찍은 스태프의 신분증을 몇 시간 만에 교묘하게 복제, 그것을 내밀고 유유히 공연장으로 들어간다"며 "컬러프린터의 성능이 이미 위조지폐까지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달하고 있어 이 정도 1회용 신분증 만들기는 손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 신분증 위조, 외국 언론 사칭

콘서트나 영화 시사회 등 지정된 사람들에게 무료로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에 갖은 수단을 동원, 공짜로 출입하는 일명 '사칭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행사 출입증을 몰래 복제해 유통시키거나 가짜 명함을 만들어 신분을 속이는 수법을 쓰고 있지만 특별히 큰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주최측의 적극적인 제지를 받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시사회 표를 모아 암시장에 판매하는 등 심각한 사례도 종종 눈에 띄고 있다.

콘서트의 경우 사칭족들은 일단 언론사 기자들의 리뷰 기사를 검색해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한 후, 그 기자가 가지 않을 것 같은 공연의 기획사에 전화를 걸어 "XX일보 기자인데 취재 신청을 하고 싶다"고 사칭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이들은 암암리에 도는 기자들의 명함을 구한 후 이를 이용해 가짜 명함을 만들어서 주로 공연장을 찾지 않는 기자의 신분을 도용하고 있다"며 "공연 주최측도 모든 언론사 기자들의 얼굴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빚어지는 해프닝"이라고 말한다.

외국 언론을 가장하는 일도 목격된다. 한류 스타들을 주로 관리하는 한 대형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면서 일본의 관련 잡지사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초대권을 요구한 사례들이 있다"며 "이런 경우 꼬치꼬치 따지기도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입장권을 보내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 한류 스타 자료 해외에 팔기까지

사칭족들이 단지 무료공연 관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그나마 얌전한 수준이다. 일부 간이 큰 사칭족은 불법적인 암시장을 만들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특별한 신분확인 과정 없이 정기적으로 구할 수 있는 영화홍보자료는 이들의 손쉬운 먹잇감이다. 영화배우들의 사진파일과 일정 등이 담긴 보도자료는 놀랍게도 사칭족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넘어가면 큰 돈벌이가 된다고 한다.

홍보사 '영화인'의 최은영 실장은 "이병헌, 권상우 등 한류 스타의 영화 보도자료는 동남아, 일본 시장에서 매력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기자 사칭을 넘어서 아예 자료를 뭉텅이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며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몇만원 수준으로 내놓은 자료를 우리가 발견해 거래중단 요청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 혹은 영화사 관계자로 신분을 속여 시사회 표를 받아간 후 이를 시장에 되파는 사례도 발견된다. 영화사 반짝반짝의 박혜경 실장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시사회 때 좌석을 1,200석이나 마련했는데도 기자 120명이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져 파악해 보니, 일본인 관람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며 "기자 등으로 사칭한 사람들이 미리 표를 받아간 후 이를 일본인들에게 팔았다는 소문이 돈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라제기 기자 강명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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