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대처가 신용경색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은행시스템이 취약해지고, 기업 연쇄부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위기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시장을 압도하는 통화정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도 엇박자를 보여 경제팀에 대한 시장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은의 최근 행보는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를 살 만하다. 자산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은행권의 자본 확충을 위한 후순위채 및 은행채 매입 등에 미지근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은이 은행 자본 확충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대출중단-신용경색 심화-연쇄 부도-은행 부실 심화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은과 정부가 9월 이후 133조원의 유동성 공급방안을 내놓았지만, 한은이 푼 것은 50조원에 불과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이 헨리 폴슨 재무부장관과의 원활한 정책 공조를 바탕으로 7,000억 달러 규모의 제1차 구제금융과 8,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대책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경제 안정의 최후 보루임을 자부하는 한은이 신중한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정상적 상황에선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성장에 집착하는 유한한 정권과 달리, 한은은 서민을 지키는 호민관이 돼야 한다고 이성태 총재가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한은이 정책 공조를 등한시한 채 단호하고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하지 않는다면 금융시스템 붕괴와 연쇄부도로 부자보다 서민이 더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 독립은 제도보다는 정책의 신뢰를 통해서 얻어야 한다. 전대미문의 비상상황에서는 독불장군식 행보 대신 정부와 팀 워크를 이뤄 자금시장의 막힌 곳을 뚫어 주어야 한다. 지금은 물가 안정보다는 충분한 통화 공급을 통한 최종 대부자 역할에 힘써야 할 시기다. 그래야 경제의 혈맥인 은행시스템이 복원되고, 기업으로 돈이 흘러가 실물경제가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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