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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할아버지 '산타 봉사단' 교육현장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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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할아버지 '산타 봉사단' 교육현장 가봤더니…

입력
2008.12.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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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는 이제 산타 할머니고요. 여러분은 아이들이에요. 자, 여기 이렇게 손을 모아서 '이야기 해주세요' 한 번 해볼까요?"

1일 오후 서울 중구 사랑의 열매 지하 대강당. 동화연구가의 말에 백발의 노인들이 일제히 손을 입 주변에 대고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힘껏 외쳤다. "아유, 예뻐. 이렇게 수업 태도가 좋은 학생들은 처음 봤어." 동화연구가의 칭찬에 60~80대 노인 70여명은 어느덧 동심으로 돌아가 환하게 웃었다.

경제 한파 등으로 유난히 춥고 힘든 올해, 헐벗고 배고픈 이웃에게 크리스마스의 사랑을 전할 할머니 할아버지 산타클로스 7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주관하고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산타봉사단 프로그램인 '산타와 함께하는 행복한 크리스마스 파티'졸업생은 연말 양로원 고아원을 돌며 꿈을 전달하게 된다. 이 행사는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개구리가 가갸거겨 가랑비가 가랑가랑, 나풀나풀 나비가 나팔꽃에서 놀다가 나리꽃으로 날아간대요." 이날 예비 산타들은 아이들에게 들려줄 동화구연 발음 연습부터 산타 말투, 웃음 기법 등을 배웠다. 간단한 마술 공연이나 풍선 아트 등도 익혔다.

"(산타를)왜 하냐고? 어린이집에 가면 부모가 모두 일 나간 서너 살 배기 아이들이 '산타 할머니'하고 무르팍에 앉아 가지 말라고 울어. 달동네 독거노인들도 너무 고맙다며 죽고 나면 집 보증금 200만원을 복지관에 기부하겠다고 말해. 어떻게 산타를 그만두겠어."

허봉덕(75ㆍ여) 할머니가 한 해도 빠짐없이 산타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허 할머니처럼 이곳을 통해 배출된 산타만 총 250명. 대다수가 2,3년 이상 한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그 동안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의 아동, 노인, 장애인시설 등을 찾아 어려운 이웃에게 크리스마스의 행복을 전했다.

산타 봉사자들은 무엇보다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산타는 사랑을 베푸는 존재잖아. 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불우이웃들에게 말동무라도 돼 줘야지." 올해 처음 산타학교 문을 두드린 장선희(62ㆍ여ㆍ서울 강동구) 할머니도 이렇게 속내를 밝혔다.

소일거리로 생각했다가 산타 봉사에 푹 빠지는 이들도 많다.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인 김하균(85)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눈처럼 깨끗한 행복을 주라고 이렇게 눈썹도 하얘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작은 선물을 받고도 너무 기뻐하는 아이들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는 태재천(76) 할아버지도, 봉사하니까 오히려 주름도 펴진다는 김수자(72) 할머니도 다 같은 마음이다.

이들은 8일 '산타출범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내 아동, 장애인, 노인시설 등을 찾아 그 동안 갈고 닦았던 마술공연과 선물 증정, 덕담 등의 '희망 보따리'를 한껏 풀어놓을 참이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의 전혜원 대리는 "노인 봉사자들과 소외계층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산타 봉사활동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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