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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뒤로 걷기

입력
2008.12.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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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 저녁 식사가 끝난 오후 7~9시. 아파트 단지나 공원, 학교 운동장, 하천변 도로는 '워킹족'차지다. 걷기는 주 5회 이상, 회당 30분 이상 평소 걸음보다 빠르게 일정한 속도로 걸어야 운동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좀더 과학적인 조언도 있다. 성인 한 명의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은 약 2,500㎉. 이중 일상활동으로 소모되는 열량을 뺀 나머지 열량(300~400㎉)을 없애려면 하루에 1만 보 이상은 걸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만보기(萬步機)가 나왔나 보다.

▦걷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팔꿈치를 'L''V'자로 만들어 힘차게 흔들며 빠르게 걷는 '파워 워킹',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맨발 걷기에서 착안해 무게 중심을 발뒤꿈치→발바닥 중앙→발가락 순으로 굴러가듯 이동시키는 '마사이 워킹'이 대표적이다. '뒤로 걷기'는 정상적인 걷기와 달리 발의 앞쪽이 먼저 지면과 닿기 때문에 관절이 약해진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평소 안 쓰는 근육을 사용하므로 발달이 덜 된 뇌에 자극을 줘 뇌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 단, 사고 위험 때문에 아스팔트나 맨땅보다는 잔디밭 같은 곳이 뒤로 걷기에 적당하다.

▦남산순환로는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걷기 명소'다. 특히 북쪽 코스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천국'같은 곳이다. 차량도 다니지 않고, 푹신푹신한 탄성 도로로 포장돼 있는 데다 울창한 숲까지 있다. 게다가 남산 케이블카 타는 곳 아래쪽에는 지난해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김선태(68) 목사가 1972년 설립한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교회인 '한국맹인연합교회'가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매주 수ㆍ금ㆍ일요일 이곳에서 예배를 보기 전이나 본 후에 남산순환로를 꼭 산책한다. 그것이 그들에겐 마음의 평안과 육체의 건강을 얻는 유일한 시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30일 남산순환로 이용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사항을 점검했다. 오 시장은 안전펜스나 점자블록 등의 신속한 확대 설치 등을 약속했지만, 최근 남산순환로에서 뒤로 걷는 시민들과 시각장애인들의 충돌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하소연에는 해법이 없어 난감해 했다.

건강을 위해 뒤로 걷는 시민들을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남산순환로의 일정 구간에 뒤로 걷기를 도와주는 손잡이를 설치하고, 이 구간에서만 뒤로 걷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작은 행복을 깨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배려가 더해지면 금상첨화겠다.

황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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