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일생일대의 위기 순간에 죽은 체하는 연기가 내 목숨을 구했다."
지난 달 26일 밤부터 인도 뭄바이 시내 중심가에서 60시간 동안 계속되면서 최소한 174명이 죽고 300여명이 부상당한 희생을 낸 동시다발 테러의 현장에 있었으나 '뛰어난 연기력'으로 구사일생한 영국인 배우가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31세의 조이 지툰이라는 아시아계 출신 연기자로 이스트 런던의 베스널 그린에 살고 있다.
그는 2005년 7월7일 런던의 지하철과 버스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를 극화한 TV 드라마에서 5명의 자폭범 가운데 하나인 셰자드 탄위르로 출연한 경력이 있다. 탄위르는 앨드게이트역에서 폭탄을 터트려 6명을 죽게 했다.
더 선과 더 타임스 온라인판이 1일 전한 바에 따르면 휴가차 세계여행에 나서 첫 방문지로 뭄바이에 도착한 지툰은 운명의 날이 된 11월26일 밤 타지마할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관광 명소 레오폴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돌연 총성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웬 낯선 사람이 지툰을 덮쳐 바닥에 쓰러트리면서 "엎드려, 엎드려 소리내지마!"하고 고함을 쳤다.
놀란 지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최대한 웅크리는 한편 그대로 눈을 감았다. 식당 안에선 비명과 울음소리와 총소리가 난무했다. 지툰의 머리 속에는 최대한 몸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테러범들로 하여금 자신이 죽었다고 믿게 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맴돌았다.
테러범들은 난입한 식당에 있던 사람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다음 널브러진 사람들이 정말 죽었는지를 확인하고 재차 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범인들은 총알로 벌집이 된 다른 희생자들에게서 튄 핏덩어리로 범벅이 된 지툰의 몸도 쳐다봤으나 이미 죽은 것으로 생각, 그대로 지나쳤다.
지툰도 테러범들에 들키지 않으려고 숨을 참으면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족히 5분의 시간이 지나자 총성이 잦아 들었다. 지툰이 가만히 눈을 다시 뜨고 주위를 보니 바로 옆에 한 구의 시신이 머리에 총을 맞은 채 누워 있었다.
잠시 뒤 경찰들이 달려와 현장을 수습했지만 지툰은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그의 외모가 아랍계와 흡사해 다른 테러 용의자들과 함께 범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13시간 동안 유치장에 구금돼 조사를 받은 지툰은 평범한 영국인 관광객인 사실이 확인되자 풀려났다.
당시의 악몽을 떨치지 못한 지툰은 서둘러 28일 다른 수백명의 영국인 관광객과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 지툰은 자신에게 몸을 날려 바닥에 엎드리게 한 '생명의 은인'이 끝내 변을 당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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