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정식 출범을 앞둔 2월 초,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입시 라인 관계자는 기자에게 넋두리처럼 이런 이야기를 건넸다. 4년제 대학 총장 협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대입 업무 이관 결정이 내려진 지 얼마안된 시점이었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대입 관련 업무는 어떻게 보면 판단의 문제이기도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대교협은 큰 구멍이 뚫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현안에 대처해본 경험이 전무한 조직이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지…”
교육 관료의 예상은 틀림이 없었다. 우려가 현실화 한 것이다.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 박종렬(경북대 교수) 사무총장’ 체제를 새로 구축한 대교협이 처음 시험대에 오른 것은 올해 고려대 수시2학기 모집 1단계 전형이다. 결과는 실패였다. 특수목적고 출신 우대 등 제기됐던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입시가 끝나는 내년 2월 이후에 검토해보겠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대교협 실무 총책임자이자 ‘대변인’이기도 한 박 총장이 그랬다.
아슬아슬 행보를 보여왔던 박 총장이 드디어 ‘사고’를 쳤다. 지난달 30일 2010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3불 정책’의 사실상 폐지를 질러버린 것이다.
주요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자. “기여입학제를 제외하곤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문제는 대학 자율에 둬도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중략). 서울의 경우 고교선택제에 따라 고교에 들어간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13학년도부터는 자연스럽게 고교등급제 금지 방침이 무너지지 않겠습니까.”
위험천만하고 경솔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행여 대입 업무 이관이 교육 정책의 이관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대교협 사무총장 자격이 없다. 새 정부 들어 가뜩이나 흔들리는 입시 체제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이런 언급은 불에 기름을 붓는 아마추어 행동이다.
설령 자신의 생각이 그렇더라도 말을 아꼈어야 옳았다. 박 총장은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대교협에 회비를 내는 대학 총장들을 곤혹스럽게 해선 안 된다. 대입시는 장난감이 아니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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