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이야기꾼들은 지음 어쩌고 하며 자기들끼리만 즐겼다. 사람들은 자주 근면 협동해서 먹고 살 만해졌고 글자도 배웠다. 비로소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고 사랑하게 되었다. 이야기꾼들은 지적인 스타가 되었다. 유복하게 자란 새 세대는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새 세대는 모든 문화를 불가사리처럼 먹어치웠고, 특히 노래와 댄스에 열광했다.
인터넷이 들어오자 게임에 매료되었고, 휴대폰을 절대자처럼 모셨다. 늙은 이야기꾼들은 당황해하며 썩어갔고, 새로운 이야기꾼들은 신세대의 비위에 맞는 판타지 공포 게임 팩션 무협 SF 칙릿 등 가능한 모든 것을 접목, 시도했다. 그래도 신세대는 이야기에 무관심했고, 이야기꾼들은 점점 자기들만의 마을에 갇혀 자기들끼리 격려하는 사이가 되어갔다.
가끔 팔리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이야기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되었거나 인터넷 조회수가 높았거나 상으로 도배했거나 유명한 가수가 취미로 했거나 한 것들이었다. 이야기는 죽었다는 상여노래가 드높았지만,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매년 풍년이었다. 농산물의 운명과 흡사했다. 풍년이 되어도 아무도 사 가지 않아 퇴비만도 못한 농산물. 이야기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원래 들어주는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자기가 하고파서 하는 게 이야기 아니던가.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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