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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존엄死 인정'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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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존엄死 인정' 첫 판결

입력
2008.12.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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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의 '인간답게 죽을 권리(존엄사)'를 인정하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법률ㆍ의료ㆍ윤리적 측면에서 존엄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2,3면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2부(부장 김천수)는 28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76ㆍ여)씨에게 부착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김씨의 자녀 4명이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김씨와 자신들의 이름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김씨의 청구만 받아들이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소견, 김씨가 평소 "기계에 의해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던 정황 등을 토대로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헌법 10조가 보장하는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따르면 개인의 운명 결정권이 보장된다"며 "생명 유지 치료가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강요하고 인간의 존엄과 인격적 가치를 해할 때 환자는 생명유지 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의사들의 감정 결과, 환자가 의식을 회복해 도움 없이 생존할 가능성이 없고 기대여명은 3~4개월 이내로 보인다"며 "이를 토대로 볼 때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 중 환자 가족들의 청구는 기각했다. 가족들이 환자에 대한 생명 연장치료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해도 타인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치료 중단을 청구할 독자적 권리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2004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를 치료비 등의 문제로 퇴원시켜 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들어줘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서울 보라매병원 의료진에 대해 형사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은 환자와 가족들이 요구한다는 이유로 회복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퇴원시켜온 의료계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로, 이번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보라매 병원 사건 판례를 근거로 환자 가족의 치료중단 요구를 거부해온 연세의료원측은 이날 판결에 대해 "판결문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환자 김씨는 올해 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로 인한 뇌 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이에 가족들은 지난 6월 환자 김씨와 공동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며 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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