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일(42)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의 <'개벽' 연구>(소명출판 발행)는 '개벽'의 문학사적 좌표를 새롭게 설정한다. 기존의 한국문학사가 '동인지 주류론'의 입장에서 '백조' 등에 중점을 두어왔다면, 최교수는 '신경향파 문학'의 산실이었던 종합지 '백조'에도 그에 못지않은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벽'은 1920년 6월 창간돼 1926년 8월 폐간되기까지 72호를 낸 잡지. 최 교수는 실증적 분석을 통해 이 잡지의 문학잡지로서의 위상을 재조명한다.
'개벽'의 총 기사 2,074꼭지 중 문학기사가 788꼭지로 37.9%를 차지하고, 시 522편, 소설 115편, 수필 153편, 문학론 138편을 게재해 어느 문예지에 뒤지지 않는 문학적 면모를 갖췄다는 결론이다.
또한 당시 일간지 독자가 10만명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잡지로서는 경이적인 8,000~9,000부를 발행했던 상업적 성공에 발맞춰 현상문예, 독자투고, 해외문학 번역소개 등 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점도 '개벽'의 위상을 재조명해야 할 근거라는 것.
최 교수는 책에서 '개벽'의 발행주체였던 방정환 이기돈 김기전 등이 초기 이 잡지를 통해 전개했던 사상투쟁이 전격적인 사회주의 수용과 이후 김기진 박영희의 합류로 이어지는 과정을 규명, '개벽'에 '신경향파 문학의 전사(前史)'로서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 엄정한 판본 분석을 통해 검열로 삭제됐던 최서해의 문제적 단편소설 'Trick' 을 발굴, 전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문학연구자들에게 '개벽'은 방계자료 혹은 천도교의 준 기관지 정도로 오해됐지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근대문학사의 전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식민지 시기 문학담론 발전의 내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잡지임을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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