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이른바 '골드미스' 서모(38ㆍ여)씨는 최근 들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점심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주변 '맛 집'을 찾아 다녔고 점심 한끼에 1만~2만원도 기꺼이 지불했지만, 경기침체는 그의 발걸음을 구내식당에 묶어 놓았다. 그렇지만 커피는 꼭 회사 옆 스타벅스에서 마신다. 서씨는 "밥값보다 커피값이 더 나가지만 식후 휴식을 취하면서 즐기는 맛있는 커피만은 줄이거나, 저렴한 커피로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3,000원짜리 점심에 4,000원이 넘는 커피. 언뜻 보면 '된장족(族)'들의 허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소수의 사치가 아니라, 분명 하나의 '트렌드'다. 살을 에는 불황한파가 엄습하고 있지만, '밥은 줄여도 커피는 줄이지 못하겠다'는 젊은 층과 직장인들의 신(新)소비문화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올 해에만 매장을 50여개나 열었으며, 10월말까지 매출(1,370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25%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특히 본사가 있는 미국에선 매출감소로 창사 이래 최대고비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좀처럼 불황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만 그런 게 아니다. 커피빈도 매장을 올해에만 35개(115→150개) 늘렸으며, 엔젤리너스커피는 매출증가율이 95.5%에 달하고 있다.
한 잔에 3,000~5,000원하는 커피가 호황을 타는데 비해, 일반 점심식사는 확실히 '저가 메뉴'들이 잘 팔리는 추세다. 편의점 GS25의 700원짜리 삼각김밥 판매량은 지난 해 대비 39.9%나 증가했으며,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2,500원~3,000원짜리 도시락 메뉴는 올해 매출이 무려 76.6%나 늘었다.
사내 구내식당 이용률도 늘어났다. 급식업체 아워홈이 구내식당 이용객 1,5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1주일에 4번 이상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사람은 46.8%로, 지난 해(30%) 보다 16.8% 상승했다.
왜 이렇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상이 벌어지게 된 걸까. 요즘 젊은 층과 직장인들은 ▦필수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점심식사와 ▦감성을 자극하고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선택 제품인 커피에 대해 '이중잣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제리너스커피 관계자는 "불황에도 고급 커피가 잘 팔리는 이유는 다른 건 아껴도 커피 한 잔만큼은 고급스럽게 즐기고 싶은 자기 위안형 소비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커피빈 관계자도 "고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25~45세 여성들은 불황에 관계없이 기호 식품인 커피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편"이라며 "이것은 이들이 부유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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