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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의 캔버스] 경매시장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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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의 캔버스] 경매시장의 그늘

입력
2008.12.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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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한국 미술계가 누린 호황의 중심에는 경매가 있었다. 미술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2007년 경매시장 규모는 1년 만에 2006년의 두 배인 1,900억원을 넘겼고, 신생 경매회사 설립 붐까지 일었다. 그러나 최근 경매시장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옥션에서 한국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원에 팔린 박수근의 '빨래터' 위작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위작 의혹을 제기한 잡지사와 서울옥션 간에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진품 판정을 내렸던 서울대의 과학감정이 조작됐다는 주장까지 나오자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측이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

워낙 첨예한 사안이다 보니 11월 중으로 예정됐던 재조사 결과 발표는 결국 기한을 넘겼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빨래터'는 이미 한국 경매시장에 큰 오점을 남겼다.

11월 26일에는 고미술품 경매회사 아이옥션이 통일신라시대 불상이라는 '석조일경삼존삼세불입상(石彫一莖三尊三世佛立像)'의 경매를 진위 논란 끝에 취소해 파장이 일었다. 경매 시작가가 '빨래터'를 넘어서는 50억원으로 매겨져 화제를 모았던 석조상이었다.

이 석조상은 경매 출품 과정에서 불교계 인사와 문화재 전문가가 감정을 통해 국보급 문화재라고 보증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 불상 전문가는 이 석조상을 "통일신라나 삼국시대에는 없었던 중국 남북조시대의 양식"이라며 "한 눈에 봐도 가짜"라고 단언했다.

다른 문화재 전문가는 "원하는 대로 감정해주면 건당 얼마를 준다는 소문도 있다. 결국 경매에 걸린 돈이 문제다. 50억이라니, 눈이 뒤집히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가짜 고미술품 문제는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의 신뢰도가 높은 경매시장에서 생긴 일이라 충격이 적지 않았다. 공개된 시장에서 미술품을 거래함으로써 불투명한 가격 문제를 해결한다는 경매가 오히려 순수한 컬렉터들을 우롱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던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매시장은 양대 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대형 화랑과 연계되어 있다는 태생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다, 감정 시스템에서도 계속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지난해 80, 90%에 이르던 경매 낙찰률이 올해 하반기 들어 50%대로 추락한 데는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하지만, 잇따른 스캔들이 만들어낸 경매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10월 열린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에서 박수근의 작품은 단 한 점도 낙찰되지 않았다. 한국의 경매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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