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파 부족의 박해를 받는 '가나의 왕자'라고 주장하던 20대 청년이 1심 법원에서 난민 인정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패했다.
아프리카 가나 국적의 A(23)씨는 2006년 한국에 입국한 뒤 법무부에 난민 인정 신청을 냈다. 그는 1차 면담에서 "이슬람교인들이 사는 지역에서 마을 수장인 삼촌의 농장 일을 도와주다 기독교로 개종하자 어머니와 여동생이 살해돼 피신했다"고 진술했다. 이 당시 이슬람 교도인 삼촌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고 2005년께 원인불명으로 사망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2차 면담에선 "이슬람교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삼촌의 영향으로 기독교로 개종했다"며 말을 바꿨다. A씨는 결국 난민 인정이 거부됐고, 이에 소송을 냈다.
법정에 선 A씨는 "나는 가나 북부 B왕국의 왕자"라며 또다시 새 주장으로 박해 위험을 호소했다. 삼촌은 가나 북부 B왕국의 왕이었고, 2002년께 집권 반대세력에 의해 숙청됐으며 왕위 승계자인 본인 역시 살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왕위 승계자라는 주장이 비록 3번째 재판에서야 나오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진술의 일관성이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은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서울고법 행정1부(부장 박삼봉)는 "가족사항과 개종 경위, 삼촌의 사망시기나 경위 등에 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왕위 승계자로서 살해위협을 받았다는 주장에도 신빙성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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