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포털 다음 '아고라' 경제게시판에 홀연히 나타난 얼굴없는 논객 '미네르바'. 그를 갑자기 '신화'로 만든 것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키운다며 뒷조사에 들어간 정부였다.
그 전까지 주가지수와 환율에 대한 예측을 잘 하는 '사이버 경제전문가'로 통했던 미네르바는 정부의 압력을 이유로 절필을 선언하면서 '순교자'가 됐다. 미네르바의 입을 막으려다 오히려 미네르바를 신격화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정부는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했나 보다. 이번에는 익명도 아닌 실명으로, 각종 근거 데이터를 제시하며 보고서를 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압박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증권업협회를 통해 증권사들의 부정적인 보고서가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며 자제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협회가 자발적으로 증권사들이 내놓은 보고서를 검토, 시장의 주류 의견에 비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든지 근거가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단속할 것도 주문했다는 것이다.
불안한 시기에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왜 그런 불안과 불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됐는지를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9월 위기설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괜찮다" "외환보유고 문제 없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외쳐왔다. 하지만 실제 펼쳐진 현실은 달랐다. 은행 외채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야 했고,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했다. 국민들이 정책 당국자의 말이 아닌 인터넷 논객이나 '튀는' 증권사 보고서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 이유다. 대통령과 경제수장, 금융당국이 국민들에게 경제 현실을 솔직하게 알리고 믿음과 신뢰를 주었다면 굳이 국민들이 이들의 비관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부엉이의 날개를 부러뜨려도 황혼은 찾아온다. '입 막음'에 신경 쓸 시간에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바란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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