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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도 반박당한 '보수 역사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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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도 반박당한 '보수 역사특강'

입력
2008.11.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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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주관으로 27일 시작된 '고교 현대사 특강'이 시행 첫 날부터 마찰을 빚었다. "지나치게 보수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강사 선정 결과에서 예상됐듯이, 특강이 실시된 10개 학교 곳곳에서 강연 내용 등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성덕여상에서는 강연 시작 전부터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강사는 이번 특강을 주도한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였다. 전국교직원노조와 참교육전국학부모회 등 4개 단체 소속 회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학교 정문 앞에서 시교육청의 현대사 특강 계획을 강하게 성토하며 시위를 했다.

이들은 오전 10시께 이 대표가 특강을 위해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자 "왜곡된 역사관을 주입하지 말라"고 외치며 차량을 둘러싼 채 학교 진입을 저지했다. 이에 이 대표가 "내가 왜 당신들의 요구를 들어야 하느냐"며 응수, 10여 분간 승강이를 하다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강연장에 들어갔다.

강연 내용은 이 대표의 보수적 역사관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 대표는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1시간여 가량 진행한 강연에서 "북한은 세계 최악의 실패한 국가"라며 북한 체제를 집중 공박했다. 분단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분단이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었다"며 "미국이 분단을 주도하기는 했지만 분단이 없었다면 우리는 북한과 같은 비참한 경제 상황을 맞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통일은 감정적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통일은 짐이 될 수밖에 없다"며 통일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강위석 전 월간에머지 편집인이 강사로 나선 도봉구 쌍문동 효문고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놓고 잡음이 일었다.

강 전 편집인이 '세계 경제와 자유의 강물'이란 주제의 강연 도중 "독재는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제 발전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자, 일부 교사들은 "외적 성과물만 갖고 독재를 합리화 하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학생도 "결과가 좋으면 역사의 과정은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며 강 전 편집인에게 공개적으로 따져 물었다. 교사와 학생들의 반발이 의외로 거세자 강 전 편집인은 "박 전 대통령이 독재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섰다.

현대사 특강은 내년 2월 말까지 서울시내 302개 고교에서 학교별로 2차례씩 진행된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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