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재개된 27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할인점의 정육코너는 종일 북적거렸다. 취재 기자와 실제 구매자들이 뒤섞여 있었고, "호기심에 구경차 나왔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50대 이상 장년층은 "싼 값에 고기를 먹게 돼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30, 40대 주부층은 "호기심에 둘러보긴 해도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쪽이다.
이날 낮 12시께 이마트 용산역점의 미국산 쇠고기 냉동 코너에는 '이마트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실시하고 미국 농무부에서 수출인증한 도축, 가공장에서 생산된 30개월령 미만의 안전한 소고기만 판매합니다'라는 안내 팻말과 함께 각 부위별 설명이 붙어 있었다.
부위별로 척롤은 100g당 1,350원, 등심이 2,780원, LA꽃갈비가 1,880원, 앞다리(부채살) 구이용이 2,280원에 각각 판매됐다.
이틀에 한 번 장을 보러 나온다는 강모(54ㆍ용산구 갈월동)씨는 "고교와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이 쇠고기를 좋아하지만 그 동안 비싸서 못 먹였다. (한우의) 반값에 고기를 먹일 수 있다니 좋다"며 "대형마트는 서민들이 주로 찾는 곳인데 가격이 싼 걸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사러 일부러 들렀다는 홍모(40ㆍ갈월동)씨는 "구이용 앞다리 세트(790g)를 1만8,000원에 샀다"며 "한우의 반값인데다 육질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반면, 임신 8개월째인 고모(38ㆍ용산구 한남동)씨는 "너무 쉽게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는 것 아니냐"며 "6개월 가량 정부와 시민들이 서로 싸우고 논란이 많았는데, 금세 시중에 유통돼 혼란스럽다"고 했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김모(42ㆍ용산구 이촌동)씨는 "아이들이 먹을 건데 그래도 한우를 먹여야지, 하나를 먹더라도 안전하게 먹이고 싶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미국산 쇠고기 냉장육과 냉동육 코너를 마련해 판매에 나섰다. 시민단체가 이마트 용산역점으로 시위 장소를 변경하는 바람에 이 곳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모(62ㆍ관악구 신림동)씨는 "한우가 얼마나 비싼데, 젊은 사람들이 뭘 모르는 거지. 식당이나 정육점에서 파는 것도 미국산 쇠고기 섞어 팔기도 한다"며 "가뜩이나 생활이 어려운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 좋은 고기를 왜 안 먹느냐"고 말했다.
가격이 비슷한 돼지고기나 호주산 쇠고기 코너는 비교적 한산했다. 롯데마트 정육코너 판매자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개는 직접 고기의 상태를 보고 결정한다"며 "호주산이랑 비교를 많이 하는데, 미국산 쇠고기는 주로 부채살이나 갈비를 많이 산다"고 전했다.
이마트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미국산 쇠고기 초도물량 40톤 중 13톤이 판매됐으며, 호주산은 16톤, 한우는 4.5톤이 팔렸다고 밝혔다. 호주산은 찜용 갈비를 100g당 980원 초저가에 내놓아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전체 판매액에서는 미국산과 호주산이 각각 1억8,000만원으로 한우(1억5,000만원)를 앞섰다.
홈플러스는 오후 6시까지 미국산이 11.5톤 팔려 호주산(9.3톤)과 한우(3.7톤)를 제쳤다. 롯데마트도 같은 시각 미국산 6톤, 호주산 2.3톤, 한우 4톤을 기록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감시간까지는 오늘 하루 목표량의 180%인 9톤 이상이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이마트 용산역점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판매 대형마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최형권 최고위원과 민주노총 허영구 위원장 등이 참석했지만 궂은 날씨에 전체 참가인원은 20여명 정도에 머물렀으며, 오후 3시께 롯데마트 서울역점으로 옮겨 집회를 연장하려는 계획은 취소됐다.
최 최고위원과 허 위원장 등은 오후 2시30분께 이마트 용산역점장과 면담하고 내달 1일까지 미국산 쇠고기 판매금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마트 측은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판매 중단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우병대책회의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계속할 경우, 항의 방문 및 소비저항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일 것" 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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