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삶과 문화] 송년 모임에서 유전인자를 바꿉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삶과 문화] 송년 모임에서 유전인자를 바꿉시다

입력
2008.11.28 00:06
0 0

이제 11월도 다 갔습니다. 곧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밤마다 송년 모임이 열리겠지요.

그러나, 개성 관광을 가는 길이 막히고, 기업체는 줄줄이 도산하고, 이런 세상에 결혼해서 자식을 낳을 수 있느냐고 금년 들어 결혼율이 3.5%나 감소하고…. 그런데도 '잘난 분'들은 밤마다 폭탄주를 퍼마시고 속 쓰려 죽겠다고 하시겠지요.

그러나, 오늘 제가 말씀 드리려고 하는 것은 '연말연시를 조용히 보내자'거나,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정치인', '지식인', '선생님'들께 아주 간절히 부탁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왜 이 분들께 작은 따옴표를 붙였는지 아십니까? 지금 우리나라에 이 분야의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존경을 받을 만한 분들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러니까, 존경 받을 분들과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도대체 금년도에 정치하는 분들이 국민을 위해 하신 일이 뭡니까? 말끝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라고 하시지만, 상대의 트집만 잡으면서 중요한 국사는 뒷전으로 미뤄오지 않으셨습니까?

또 지식인들은 뭐하셨습니까?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릴레이는 종신형 선고를 받고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도는데…"라고 말했다는데, 우리 학자라는 분들은 어느 한 부분을 전체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전문 지식을 갖지 못한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겨 오시지는 않았나요?

선생님들은 뭐하셨습니까? 2세들에게 바르게 살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출근부 관리도 거부하고, 학습 지도안도 안 쓰고, 일제고사를 보면 사교육비가 늘어난다고 학습 원리를 왜곡하고, 성과급은 똑같이 받겠다고 데모하면서 좌우 이데올로기 가르치려고 야단치신 것 같아 여쭤보는 겁니다.

물론 현대는 모든 가치관이 해체된 시대입니다. 누구나 구분할 수 있는 '흰 꽃'과 '붉은 꽃'도, 흰색에 대비되는 무수한 색깔이 있고, 꽃잎은 뿌리와 줄기와 이파리에 대비되어 차이만 구별될 뿐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어느 쪽이 옳다면 억압이라고 보는 시대입니다.

그래요. 어느 정책 어느 논리든 부작용과 결함이 있기 마련이지요. 한미FTA를 비준하면 타격 받는 분야가 있고, 반대 계열을 정치 참모로 받아들이면 의사 결정이 복잡해지겠지요. 그러나, 되도록 많은 적과 머리를 맞대면 보다 나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리고, 다수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게 차선이고, 소수까지 보호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요?

제가 새삼스레 '적과의 동침'을 주장을 하는 것은 하버드 대학의 인지 심리학자인 하우저가 <도덕적 마음(moral mind)> (2006.8)에서 한 말이 생각나서입니다. 우리의 도덕적 판단은 이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전인자에 의해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두뇌 속에서 조선 시대에 사색당파로 나눠 싸움질만 하던 유전인자가 작동해서 모두 이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벌써 어둠을 타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오네요. 굳이 연말 모임을 가지시려면 '잘난 분'들은 꼭 나와 다른 적과 만나세요. 술잔 대신 마음을 맞대고, 유전 인자를 교환하면서, '합(合)'을 만들어 절망하는 국민들에게 보여야만 이 시련을 극복하고 계속 발전할 수 있기에 부탁 드리는 겁니다.

尹石山 시인ㆍ제주대 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