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많이 캐냈는데도/ 땅 속에 묻혀 있는 석탄처럼/ 우리가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다 써버린 때는 없었다'(이상국의 시 '희망에 대하여'에서)
경제위기가 온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정녕 희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구보다 예민하게 시대의 아픔을 포착하는 문인들이 경제난에 꽁꽁 얼어붙은 국민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기업경영자들을 주 독자로 하는 월간 '현대경영'이 문학작품 속의 구절을 읽으며 경제난을 극복하는 희망의 의지를 다지자는 뜻에서 국내 대표적 문인들로부터 시와 소설 문장을 자천받아 게재했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과 소설가 각 100명씩에게 의뢰, 답을 보내온 70명(시인 43명, 소설가 27명)의 작품 구절을 11월호와 12월호에 소개했다. '현대경영' 편집위원회는 "이 땅의 그 많은 경제전문가들도 지금은 모두들 입을 닫고 있다. 실물을 분석하는 경제학자 대신에 인간의 영혼을 노래하는 시인과 소설가에게 불황극복과 미래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시 한 구절, 소설 한 문장을 추천해줄 것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시인 안도현(47)씨의 '사랑한다는 것'의 한 구절은 서로 어깨를 겯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자고 말한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김기택(51) 시인은 '자전거 타는 사람'의 한 구절을 보내왔다. '당신의 자전거는 피의 에너지로 굴러간다/ 무수한 땀구멍들이 벌어졌다 오그라들며 숨쉬는 연료/ 뜨거워지는 연료 땀 솟구치는 연료/ 그래서 진한 땀 냄새가 확 풍기는 연료'라는 시구는 피와 땀의 에너지로 고난을 돌파해가자고 말하는 것 같다.
소설가 함정임(44)씨는 단편 '네 마음의 푸른 늪'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절망 속에 자리한 희망의 의미를 되짚는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울었다. 모래가 울고, 파도가 울었다… 파도치는 굴 속, 어둠이 조금 밀리고, 빛이 홀연히 자리를 잡았다. 철썩철썩…'. 젊은 소설가 한강(38)씨는 영국 낭만파 시인 셸리의 시구 '겨울이 오면 봄 또한 멀지 않은 것'을 연상시키는 자신의 작품 '아기부처'의 한 구절,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를 보내왔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의 끝에도, 따뜻한 봄에 솟아나는 샘물 같은 희망이 숨어있음을 전언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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