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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동국대 불교문화원 국제학술대회/ "무조건적 금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 중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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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동국대 불교문화원 국제학술대회/ "무조건적 금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 중요시"

입력
2008.11.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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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는 육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불자라면 누구나 오계(五戒)의 하나인 불살생(不殺生)계를 지켜야 하고, 그러려면 육식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불교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초기불교에서는 육식을 금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불자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육식과 불살생의 계율이 갖는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큰 고민이 됐다.

동국대 불교문화원 주최로 29일 열리는 '육식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 주제의 국제학술대회는 육식에 대한 여러 불교 전통과 현대 학문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초기불교, 남방불교, 중국불교, 한국불교와 현대 학문을 전공한 학자들이 불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불교 유파들의 육식관에 대해 아상가 틸라카라트네 스리랑카 콜롬보대학 교수는 "불교에는 다른 모든 생명들이 인간을 위해 창조된 것이라고 믿는 인간중심적 사고가 없어 사람들은 불교가 당연히 채식주의를 옹호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딜레마가 있다"고 밝혔다.

아상가 교수는 미리 배포한 '상좌부 불교의 육식에 관한 관점'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붓다가 육식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접 설한 초기경전을 검토해보면 분명하다고 말했다. '맛지마니카야'의 지바카경 등에서 붓다는 (자신을 위해 짐승이 도살된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되지 않는 경우(삼종정육ㆍ三種淨肉) 식육을 허용하고 있다.

아상가 교수는 그러나 붓다의 언급은 보시로 생활하며 최소 필수품만 허용되는 승단생활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재가자와 승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논의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재가사회는 붓다의 관할권 밖에 있었기 때문에 붓다는 재가자들을 위해서는 육식에 관해 어떠한 규정도 제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육식에의 탐닉이 가지는 위험을 상세히 다룬 '자타카' 이야기들이나 왕실 부엌에서 도살되는 짐승과 새의 수가 감소했으며 곧 도살이 멈출 것이라고 한 아쇼카왕 비문 등의 사례를 보면 초기불교가 생명에 대한 인간적이고 자애로운 태도를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기불교에 있어서의 육식의 긍정'을 주제로 발표하는 이와이 쇼우고 일본 동양대학 교수는 "불교의 육식 긍정은 '육을 먹어야만 한다, 또는 먹는 것이 좋다'라고 불식육(不食肉)을 완전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이는 불식육을 실천해도 마음의 수습(修習)이 수반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먹는가'보다는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먹는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불식육계는 인도에서 대승불교가 발전하면서 중생을 구제한다는 대승보살이 중생의 몸이라 할 수 있는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대승경전을 통해 강화됐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종교연구소 황샤넨(黃夏年) 교수는 '삼매수참(三昧水懺)의 육식관'이라는 발제를 통해 512년 양 무제가 백성들에게 음주와 육식을 금지한 '단주육문(斷酒肉文)' 조칙을 내린 것이 중국불교의 성격을 채식 위주로 결정적으로 바꾸었다고 밝혔다. 또 이 조칙의 정신이 당나라 때 지현오달(知玄悟達) 선사가 창립한 불교 의궤인 '삼매수참'을 통해 발휘됐다는 설명이다.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한국불교에서의 계율과 육식'을 통해 "한국불교는 '범망경'의 사십팔경계(四十八輕戒) 중 하나로 불식육계를 지키고 있으며 이는 원효, 원광 등 옛 스님들의 저술에서도 나타난다"며 "최근 산업사회화로 홀로 사는 스님들이 많아지면서 이를 어길 경우 제재할 길이 없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술대회에서는 또 허남결 동국대 교수가 '환경윤리학적 관점과 육식의 문제', 김동일 동국대 한의대 교수가 '육식과 질병 발생 및 인간 생명에 관한 고찰', 박정진 한양대 교수가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의 육식과 그 의미'등을 발표한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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