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규제개혁특위가 양벌 규정을 사실상 없애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정진석 특위 위원장은 “종업원의 잘못에 의한 상시적이고 잠재적인 처벌의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기업주가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여야 3당 간사인 진수희(한나라당) 김종률(민주당) 이명수(선진과 창조의 모임) 의원 등과 협의해 국민들과 기업들을 위해 양벌 규정을 개정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 배경으로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빼놓을 수 없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고의ㆍ과실 유무에 상관 없이 양벌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따라 여야가 보건범죄단속법과 유사한 양벌 규정의 개선에 의견을 접근시킬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양벌 규정의 정비를 비롯한 규제개혁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해 온 것도 한나라당의 법 개정 의지를 재촉하는 역할을 했다. 한나라당이 규제개혁특위 합의를 위해 여당 의원 전체 명의로 이미 제출한 관련 법안을 모두 철회하기로 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국회는 관련 법안을 각 상임위에서 분산 처리할 경우 어려움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국회법 개정을 통해 규제개혁특위에 법안 심사ㆍ처리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영업주에 대한 면책 규정, 징역형 폐지, 업무와 무관한 영업주 책임 면제 등을 골자로 하는 양벌 규정 개정 대상 법률은 총 383건이다. 이 가운데 외국환거래법(조윤선 의원 발의) 등 의원들이 개별 발의한 법안 22건을 제외한 361개 법안을 규제개혁특위가 일괄 처리하게 된다.
양벌 규정 대상 법률은 산업ㆍ건설, 재정ㆍ경제, 보건ㆍ환경, 교통ㆍ통신 등 기업 활동에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이 많다. 부처별로 보면 국토해양부 관련 법안은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 등 총 72건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지식경제부(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49건) 보건복지부(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 등 45건) 관련 법안이 많다. 반면 통일부(1건) 외교통상부(2건) 여성부(2건) 관련 법안은 가장 적다.
양벌 규정 관련 법률이 한꺼번에 개정되면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다. 법무부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최근 낸 자료를 통해 “양벌 규정 개선에 따른 국민 편의 증진 효과는 연간 22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양벌 규정에 의한 법인 처벌 건수가 3만6,926건, 벌금액이 493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개선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것 외에도 전과자 급증도 막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과 법원 업무 감소로 인한 행정 비용 절감 효과도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여야는 내달 2일 규제개혁특위에서 양벌 규정 관련 법안을 동시에 처리한 뒤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부터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위 관계자는 “엄격한 양벌 규정을 통해 법인과 개인 영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경영 의욕을 저해하는 양벌 규정을 반드시 정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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