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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학교폭력 정신건강차원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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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학교폭력 정신건강차원 접근

입력
2008.11.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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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달 들어 벌써 4명의 학생이 교내 폭력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과거 학교 폭력은 주로 학생끼리 폭력이었는데 요즘은 교사의 학생 폭력, 동급생간의 신체와 성폭력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각 교육청에서도 교내 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 법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폭력 피해자, 가해자 모두 2, 3차 피해를 입게 돼 정신이 모두 피폐해지고 있다.

학교 폭력이 학교 내 제도개혁으로만 해결 안 되는 이유는 ‘정신건강’ 문제와 관계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폭력 가해자는 단순한 교육과 처벌만으로 폭력 성향이 변화되지 않아 근본적인 원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폭력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폭력을 반복하는 가해 학생은 전학을 가도 자신을 신고한 피해 학생을 계속 위협하고 친구를 시켜 계속 폭력을 가한다. 이런 이유로 학교 폭력 피해자는 쉬쉬하고 지내다 큰 사건으로 비화한다. 더구나 교사에 의한 학생 폭력이 교육이란 미명하에 은폐되고 있는 게 또한 현실이다.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의 근본적인 동기를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도움을 주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법적 소송으로 가기도 한다. 문제는 가해자의 폭력 성향이 단순히 성격 문제라기 보다 정신건강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를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치료, 교정하는 과정이 필수다. 예컨대, 어려서 가정 폭력을 경험해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아 폭력 성향을 가진 가해자는 상처를 치료하기 전에는 그 폭력 행동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정신건강 문제는 학교 폭력 피해자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우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장애, 자살기도 등 심각한 정신장애를 겪으면서 정신과 치료를 오래 받아야 할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와 부모에 대한 불신,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 등으로 성격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 쉽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이며, 결국 학교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한다. 결국 전문 치료와 학교 당국의 현명한 대처만이 이런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계는 학교 폭력을 가급적 학교 내에 위원회를 만들어 해결하려고 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정신건강상 위험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비전문가들이 이를 담당함으로써 대처로 제대로 하지 못해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선진국에서는 학교정신보건사업이 이미 활성화돼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법적 보호조치 외에도 정신과 의사나 임상심리사가 직접 개입을 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우리는 이미 학교 폭력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문적 개입은 제도적으로 보장돼 않고 있다. 심각한 출산율 저하의 중요한 원인이 바로 아이 교육에 대한 어려움이라는 부모 호소를 되새겨야 한다. 학생 정신건강에 해가 되는 학교 폭력은 대충 처리하면 전혀 효과가 없고 전문가가 개입해 확실히 대처해야 해결된다. 비용 문제와 복잡한 절차로 인해 방치하면 결국 학교 폭력 피해자만 양성하는 셈이 된다. 그러면 학교 폭력이 무서워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싫다는 원성만 높아질 것이다.

신의진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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