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공항 점거 사태와 관련해 아누퐁 파오친다 태국 육군참모총장이 26일 정부에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 실시를 제안하는 한편 시위대에는 해산을 촉구했다. 그러나 시위대와 정부 모두 아누퐁 총장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태국 사태가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군부 실세인 아누퐁 육참총장은 이날 오후 공군과 해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및 정부 고위관리, 정계와 학계 인사 등과 함께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방콕 수완나품 공항 점거 사태를 논의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것이 난국을 수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쿠데타는 6개월 동안 계속된 불안정한 정국 수습책이 될 수 없으며 통치권은 현 정부가 계속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해 쿠데타 가능성을 일축했다. 아누퐁 총장은 "국민에게 총리를 다시 뽑을 기회를 줘야 한다"며 "조기총선 요구를 담은 서한을 총리에게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솜차이 옹사왓 총리는 아누퐁 총장이 기자회견을 한 지 1시간 후인 이날 오후 6시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군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솜차이 총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반정부 시위대는 민주적인 절차와 법률을 무시했다"며 "선거를 통해 출범한 정부는 국왕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군의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요구를 일축했다. 솜차이 총리는 사태 수습을 위해 긴급 각료 회의를 소집했다고 덧붙였다.
아누퐁 총장은 PAD에 대해서도 공항을 비롯한 모든 점거 지역에서 해산할 것을 요구했지만 시위대는 솜차이 총리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군의 농성 중단 요구를 거부했다. 판텝 퐁포판 PAD 대변인은 "총리 퇴진 때까지 공항 점거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국 방콕법원이 이날 시위대에 자진 해산 명령을 내려 농성이 계속될 경우 조만간 공권력 투입도 예상된다.
PAD가 이끄는 시위대 수만 명은 앞서 25일 오후 9시께 수완나품 공항을 점거한 뒤 공항 측과 밤샘 협상을 했으나 결렬됐다. 이 때문에 26일 오전 6시 공항이 완전 폐쇄되면서 승객 3,000명의 발이 묶이는 등 공항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태국에서는 최근 시위가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오후 치앙마이에서는 솜차이 총리 귀국 직후 친정부 세력과 반정부 시위대간 충돌로 1명이 숨졌다. 25일에도 방콕 시내에서 PAD와 친정부 단체의 총격전으로 10여 명이 다쳤으며 26일 오전에는 수완나품 공항 국제선 터미널과 옛 국제공항인 돈 므엉 공항에서 최소 네 차례 폭발물이 터져 시위대 12명이 다쳤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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