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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통령은 기상캐스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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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통령은 기상캐스터가 아니다

입력
2008.11.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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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의욕 과잉이 또다시 파문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은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동포리셉션에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 “사라는 게 아니라 원칙이 그렇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지금이 주식매입 적기’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이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에게 경제회복의 희망을 주려는 선의(善意)에서 비롯된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또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사례를 들었다는 점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의도로 평가되는 게 아니다. 그 결과가 무엇이냐가 중요할 따름이다. 앨런 그린스펀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있을 때 그가 한마디 하면 세계 주식시장이 춤을 추었다. 당연히 그는 공식, 비공식 석상을 가리지 않고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한국은 대통령의 말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있는 구조다. 당연히 대통령의 말은 정제되고 절제돼야 한다.

만일 이 대통령의 말을 듣고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지금 당장 잔뜩 매입에 나섰는데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1년 후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어찌할 것인가. 비난과 원성이 대통령에게 쏟아질 것이고 정권은 신뢰를 잃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때문에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훗날 대부분 실현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기상캐스터처럼 앞 일을 예단하는 위험천만한 발언을 반복해선 안 된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신뢰추락은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 전체의 혼선과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염영남 정치부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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