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밝힌 고강도 통행 제한 조치는 남북 관계 차원을 넘어 국제 사회에서 '신뢰의 문제'를 야기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남북경협사업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북한이 외자 유치를 통한 점진적 개방의 길로 걸어갈 것인지를 가늠케 하는 일종의 시금석이다. 당연히 한국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직접 투자가 가능한 해외 다른 나라의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하루 아침에 수조 원이 투자된 공단의 남한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국제 사회에서 계약 관계는 시장경제를 존재하게 만드는 필수 기제다. 계약 관계를 일방적 파기할 경우 반대급부는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국제 사회에는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으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철칙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처럼 당연한 이치가 북한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전례를 남긴 것이다. 김용현(북한학) 동국대 교수는 "경협 논리가 정치 논리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일회성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전에도 국제 관행에 어긋나는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질렀다.
가장 최근 사례는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무성의한 사후 수습이다. 당시 북한은 끝내 한국 정부의 진상조사를 허용하지 않은 채 현대아산만 제한적으로 조사에 참여시키는 경직된 자세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2005년엔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경질 문제를 트집잡아 "모든 경협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그룹이 '7대 남북경협사업'에 대해 30년 간 독점권을 확보한다는 계약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
중국의 방해가 겹치긴 했지만 2002년 신설된 신의주 경제특구가 얼마 못 가 폐쇄된 것과 나진ㆍ선봉 특구가 사실상 유명무실화한 것도 자본주의 마인드 없이 투자만 유치하려다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북한의 신인도가 워낙 바닥이라 당장 손해볼 것이 없더라도 향후 북한 상황이 조금씩 개선돼 투자를 받아들이려 할 때 결정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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