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화합'은 한나라당이 2008년이 저물기 전에 풀어야 할 숙제다. 당내 경선이 끝난 지 벌써 1년3개월이 흘렀지만 친 이명박과 친 박근혜로 갈라진 당은 서로를 외면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현실은 최근 미국에서 날아온 장면과 대비돼 서글퍼 보이기까지 한다.
"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화끈하게 화합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냐"는 자탄이 많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내년의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당 화합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얘기다. 당 화합을 고민하는 당 원로들과 중진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 봤다.
■ 왜 여전히 갈라져 있나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대개 승자 쪽 책임이 크다는 얘기가 많았다. 친이 중진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치열한 경쟁을 한 만큼 앙금이 남는 것은 자연스럽다"며 "그럴수록 승자가 더 끌어안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이 뭔가 계산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이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기반이 국민의 4분의 1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적극 끌어 안았어야 했는데 오히려 거꾸로 갔다"는 것이다.
친박 중진 김무성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 정서는 이 대통령이 깨끗이 승복을 박 전 대표를 포용, 나라를 살려 달라는 것이었다"며 "반대로 가면서 사태가 꼬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선준비위원장을 지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끌어안지 못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자꾸 엇나가는 사람도 문제"라며 "서로에게 책임이 반반씩 있다"고 지적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하향식 공천, 사천(私薦)의 문제가 계파 갈등을 고착화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화합 방안은 없나
해법은 다양했지만 뜻은 한 곳으로 통했다. 친박 중진 홍사덕 의원은 "독일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자신의 경쟁자를 시도 때도 없이 만나 얘기하고 어울리면 설득해 냈다"며 "그를 배워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이윤성 부의장은 "당 중진들이 앞장서서 화합의 메이커가 돼야 한다"며 "아우르고 대화하고 소통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친이 중진 정의화 의원은 "박 전 대표도 이제 당무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함께 뭉쳐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박 전 대표가 비판만 해서는 안되고 정권이 어려울 때 도와 주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계파를 아우르는 탕평인사의 필요성도 이구동성으로 지적됐다. 김수한 전 의장은 "계파를 떠나 능력 본위로 적재적소에 발탁하고 융화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을 향한 최병렬 전 대표의 충고도 따가웠다. "오바마 당선자가 폭 넓은 탕평 인사를 하는 것을 한국 국민들도 보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인사는 그 반대였다.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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