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얼어붙은 채권시장을 살리기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에 조성 규모의 절반인, 최대 5조원을 지원키로 했다.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채권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쥐어준 자금으로 사게 해 시장을 굴러가게 하겠다는 '비상조치'인 셈. 하지만 비상조치가 통할 지, 계속 돈이 더 들어갈 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달렸다.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논의를 거쳐 10조원으로 예정된 채안펀드에 최대 5조원을 공급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주열 부총재보는 "은행, 보험, 증권사 등 채권펀드에 출자하는 금융사에게 출자금액의 50%까지 자금을 제공키로 했다"고 말했다.
가령, A은행이 1조원을 펀드에 출자하기로 했다면 A은행이 가진 국고채나 통안증권 5,000억원 어치를 한은이 사주는 방식이다. 이 부총재보는 "지원규모를 절반으로 정한 것은 민간 펀드라는 취지를 퇴색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중앙은행의 지원 범위를 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결정으로 펀드 조성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다음 달에는 펀드 설립과 자금 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당초 금융사, 연기금 등이 출자해 10조원의 펀드를 조성한 뒤, 회사채와 은행채, 할부금융채, 카드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 등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팔리지 않는 채권을 사들일 자금은 조금 생겼지만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안정(하락)돼야 할 채권 금리는 이날 되려 올랐다. 한은 발표 이후,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7%포인트 상승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10조원 중 절반은 여전히 금융사들이 보유 채권을 팔아 조달해야 하는 데 따른 수급 부담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은 이번 조치를 호재로 여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장 회사채 금리는 조금 떨어질 수 있어도 앞으로 펀드 규모는 훨씬 커져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연구위원은 "은행들로서는 국채 같은 우량채를 팔아 비우량채를 사야하는 상황인데 당장 건전성 비율이 낮아질 가능성 등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펀드 규모도 전체 회사채 시장에 비해 턱없이 작아 앞으로 훨씬 큰 돈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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