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에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과 관련한 재판도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상태. 그러나 외환은행 주가가 최근 주당 5,000원대로 폭락해 론스타 측이 외환은행을 조기에 재매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법적 불확실성이 100%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론스타가 HSBC와 체결한 매각 계약 건에 대해 '법적 불확실성'을 들어 올해 상반기까지 승인 심사를 지연했었다. 이후 매각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승인 심사를 재개했으나, 결국 인수 가격 문제로 계약이 파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24일 "이번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쟁점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원래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사모투자전문회사인데 감독당국이 은행법 시행령 제8조 제2항의 예외를 적용해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승인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금융당국은 2년 넘게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인수가 수준으로 추락한 주가도 당분간 재매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외환은행 주가는 24일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보다 0.54% 내린 5,500원으로 마감했다. 두 달여 전인 9월9일(1만4,400원)에 비해 8,900원(61.8%)이나 급락한 것.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뱅크로부터 구주를 인수했던 가격(주당 5,600원)이나 신주 발행을 통해 인수한 가격(주당 4,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5년 투자를 통해 거의 수익을 거두지 못한 셈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외환은행 인수 후보들도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리츠증권 임일성 연구원은 "내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우리 금융권의 자본 확충이 완료돼 M&A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다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론스타가 헐값매각 재판 결과를 토대로 우리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외환은행을 높은 가격에 팔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향후 외환은행을 원활히 매각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직접 소송까지 제기할지는 미지수다.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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