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도데스까(정말입니까)? 스바라시(굉장하네요)!"
25일 오후3시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의 '세븐럭' 카지노 환전 창구 앞. 원화로 바꾸기 위해 1만엔을 건넨 40대 일본인 관광객이 우리 돈 15만원을 건네 받자 못 믿겠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저녁이 아닌 데도 카지노 객장 안은 요란한 슬롯머신 소리와 함께 고객들로 가득 차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고환율 시대에 때 아닌 호황을 맞은 곳도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와 백화점, 여행업계 등은 원화가치 하락의 혜택을 누리려는 일본 관광객들 봇물을 이루며 '엔고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에 따르면 세븐럭 밀레니엄서울 힐튼점은 최근 환율 호재로 외국인들이 몰려들며 입장객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실제 최다 입장객 기록은 15일 2,808명에서 1주일만인 22일 다시 3,432명으로 바뀌었다. 올들어 누적 입장객도 24일 현재 76만3,078명에 달해, 이런 추세라면 올해 목표치 80만명을 훌쩍 웃돌 전망이다.
국적별로 보면 일본 관광객이 단연 많다. 최근엔 입장객 2명 중 한명이 일본인일 정도다. 힐튼점의 경우 올 들어 11월 24일까지 일본인 입장객 수가 25만978명으로 지난해 전체 일본인 입장객 24만5,198명을 넘어섰다.
당연히 매출도 늘고 있다. 엔고로 대일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는 가운데 카지노가 엔화 벌이의 첨병이 되고 있는 셈이다. 통상 카지노 업계에선 환율이 100엔당 10원 상승하면 연간 매출액은 10억원, 순이익은 7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환율대로라면 카지노 업계는 앉은 자리에서 수백 억원을 더 벌어들이게 된다. 세븐럭 카지노의 경우 올 들어 22일까지 매출 3,247억원을 기록, 올해 목표인 3,2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같은 돈을 환전해도 손에 쥐는 원화가 많아진 덕분에 판돈과 씀씀이도 커졌다. 세븐럭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은 통상 10만엔 정도를 환전하지만, VIP 고객은 최대 1억엔을 환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백화점과 여행업계도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 즐거운 비명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일본 관광객의 구매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9%나 늘어났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압구정 본점도 '엔고 쇼핑'에 나선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 주말이면 7~8개팀에 달하자, 일본어 안내책자 제공, 전문 통역사 고용, 할인쿠폰북 제공 등 일본인 관광객 대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명품 아울렛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도 급증했다. 신세계첼시가 운영하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엔 지난달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85%나 늘어났다. 백화점 관계자는 "엔고의 영향으로 일본인 관광객들의 쇼핑 품목도 김치나 한과 등 특산품에서 명품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서울 명동과 남대문시장, 동대문 일대의 의류 쇼핑타운 등에서도 한아름 선물을 산 일본인 관광객이 쉽게 눈에 띈다.
관광업계도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고 있다. 하나투어 인터내셔널은 일본인 관광객이 9월 3,700명, 10월 4,08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엔고를 일본 시장 공략의 호기로 삼으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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