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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35> 보수와 진보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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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35> 보수와 진보의 대결

입력
2008.11.2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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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은 내가 왜 공화당 소속으로 정치권에 몸 담게 됐는지 궁금할 것이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민자 출신으로 미국 내 소수인종의 일원인 내가 왜 백인들만의 정당으로 알려진 공화당을 택했는지를 물었다.

사실 나는 처음엔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정치를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내게 주어진 여건, 그리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념적인 차이를 알고는 공화당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첫째로, 내 지역구에는 백인이 압도적 다수인데다 부유층이 많기 때문에 자연히 공화당이 절대 우세했다. 민주당 간판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둘째는 이념이다.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주로 백인들과의 생존경쟁에 부대끼면서 비교적 성공한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는 자신도 모르게 보수적 이념에 깊이 빠져들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때 나는 민주당 출신인 제리 브라운 후보를 도왔었고, 결국 그가 당선됐다. 나중에 이것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공화당의 이념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결국 공화당에 가입하게 됐다.

그러면 그 이념의 차이란 무엇인가?

우선 경제정책이 다르다. 분배를 주장하는 민주당에 도저히 동감할 수 없었다. 기업인들을 마치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도둑같이 취급하면서, 착취한 돈의 일부를 마땅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찬성할 수 없었다. 내가 미국에 왔을 때 호주머니에는 단돈 100 달러가 전부였다.

밤늦도록 접시닦기, 청소업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낮에는 학교를 다니는 뼈를 깎는 고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 이제 살만하게 됐는데 마치 내가 운이 좋아서, 또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착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면 무언가 부도덕한 방법으로 돈을 모았을 것으로 비뚤어진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을 마음 속 깊이 경멸했었다.

남들은 놀 때 제대로 잠도 못 자며 세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하면서 벌어들인 수입의 절반을 이미 소득세로 떼어 가면서도 이마저도 부족해 70% 이상으로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민주당 측 주장은 수긍이 가지 않았다. 다만 그 때는 이것이 바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념 차이인지는 정확히 몰랐었다.

나는 의회에 진출해서도 종종 이 문제에 대해 지적했고, 그 바람에 공화당 원내총무는 내게 계속 발언을 하도록 부추겼다. 미 의회에서는 회의가 종료된 뒤에 공화당, 민주당 각 당에서 포럼에 나와 1분씩 의회중계 채널인 C-SPAN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제도가 있다. 나는 한동안 거의 매일 민주당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는 1분 연설을 했었다.

아무 주제나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는 이 1분 연설은 의원들의 특권으로, 미 의회에서 수 백 년 내려온 전통이다. 당시 나는 내 1분 연설이 그처럼 많은 진보 시민단체들을 자극할 줄 몰랐다. 결국 가장 진보 성향이 강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이 나를 집중 조사해 내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될지는, 그 당시 초선 의원인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민주당 즉, 진보 정당의 경제 신념은 진정한 민주정치가 살아 남으려면 정부가 빈부의 차이를 줄여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그냥 방치해 두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에 더욱 깊이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저기서 폭동이 일어나는 것도 바로 빈부격차에 대한 반감에서 나오는 것이며, 때문에 사회의 불합리를 막기 위해선 강력한 정부가 나서서 힘없는 이들을 도와 빈부의 차이를 줄이는데 전념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기회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중앙정부의 강력한 정책을 통해서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기회를 분배해줘야 한다고 것도 이들의 신념이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은 자연히 가난한 사람들과 소수 민족들을 대표하고, 노동조합을 옹호하는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됐다. 반면 공화당은 부자들과 기업을 싸고 도는 보수적인 이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공화당을 창당하고,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 시절만 해도 흑인들의 압도적인 다수는 공화당 당원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흑인들은 공화당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품고 당을 떠나 지금은 90%가 민주당 편이 됐다.

이런 상황은 결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를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했다. 특히 1920년대의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금융위기 와중에 중산층마저 공화당의 경제정책에 등을 돌린 탓에 공화당은 거의 몰락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분배정책이 옳은 것만은 물론 아니다. 여기에도 심각한 문제가 많다. 현역 의원 시절 민주당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나의 C-SPAN 텔레비전 1분 연설 내용을 소개한다.

"자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15명이나 된다고 조작해서 정부로부터 돈을 타먹는 경우가 로스앤젤레스에서만 해도 그 수가 매일같이 늘고 있다. 또 비싼 고급차를 안 보이는 데 주차해 놓고 정부의 지원금을 타가는 사람들도 수를 셀 수 없이 많아졌다.

그런데 정부는 사회보장에 치중하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했을 때 정부로부터 받는 돈이 땀 흘려 일을 해서 버는 돈과 비슷하니 누가 일을 하겠는가. 더러는 직장에서 다쳤다고 허위로 조작을 해서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먹고 노는 얌체들의 수가 무섭게 늘고 있다. 이 돈을 메우기 위해 기업들에게 세금폭탄을 부과하게 된다.

그 결과 기업인은 기업 확장의 의욕을 잃는다. 심지어는 국방예산까지 돌려쓰는 바람에 국방력까지 약해진다. 미국 사회는 일은 안 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냥 정부로부터 돈을 탈 수 있을지 만을 궁리하는 게으른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이 연설을 한 뒤 나는 수 백 통의 편지를 받았다. 절반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지만 나머지는 나를 격렬히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한국에서처럼 얼굴 없는 비겁한 악성 댓글이 아니라 주소와 이름을 명백히 밝힌 편지들이다.

나는 이들 모두에게 일일이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백 명의 친구가 한 명의 적을 막을 수 없다"는 미국의 유명한 정치명언을 나는 잊고 있었고, 그 결과 수 만 명의 적을 만들었다. 초선 의원들은 대개 조용히 저자세로 조심해야 하는데 나는 뜨거운 냄비 같이 성급하게 날뛰었고, 결국 내 이런 작은 영웅심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뒤늦게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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