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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순정만화'

입력
2008.11.2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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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어리고 당돌한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여자에게는 나이 지긋하고 푸근한 남자에 대한 환상이 있기 마련. '순정만화'는 그러한 환상과 사랑의 감정을 너무 지나치지 않게 그린다.

겨울철이면 찾아오는 로맨틱 코미디에 속하지만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비교하면 오해나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을 찾는 극적인 로맨스나 코믹한 설정은 약하다.

그렇다고 사랑의 감정을 키우는 두 커플의 관계가 현실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만화 같은 인물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하게 그려내는 매력을 발산한다.

열여덟 살 여고생(이연희)과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서른 살 연우(유지태)를 보자. 띠동갑 여고생에게 깍듯이 "수영씨"라며 존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애라곤 한 번도 안 해본 듯 답답하기 그지 없는 인물됨됨이가 영락없이 만화에나 나올 캐릭터이다.

하지만 유지태의 섬세한 연기로 연우는 착하고 순진한 동사무소 직원으로 생명을 얻는다. 현실이라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을 아저씨와 여고생의 연애가 '언제나 포기가 빠른' 남자를 자극하는 당돌한 여자와의 사랑으로 그려진다.

사연이 있는 차가운 하경(채정안)과 그에게 한눈에 반해 무조건 돌진하는 강숙(강인) 커플이나, 연우-수영 커플의 이야기 모두 극적인 사건은 없다. 다만 가슴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서툰 사랑의 몸짓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10~20대라면, 또는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만하다.

연우와 수영의 띠동갑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떡볶이 먹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하지만 이 같은 상상력이 다소 드문 것이 아쉽다.

온라인 원작 만화를 그린 강풀이 영화 속 우산장수로 카메오 출연하고, 류장하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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