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 마지막 방문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맥주를 한 잔 마시며 모처럼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속에 있는 말들을 털어놓았다.
그는 경제 위기와 관련,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이 너무 높아 국제 사회에 개선을 제안하겠다"고 밝혀 현실화가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에 대해서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용어를 폐기하라"고 경고했고, 연말 개각설과 관련해서는 "장관 한 사람 바꿔 잘할 것 같으면 매일 바꾼다"고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BIS 비율 개선
이 대통령은 은행의 소극적 기업 대출과 관련, "(엄격한) BIS 비율과 회계기준이 은행의 기업 대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화포럼(FSF) 활동 등을 통해 이에 대한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회의에서 보니 정부가 돈을 풀었는데 일선 기업까지 돌지 않는 문제를 모든 나라가 거론하더라"며 "현재의 BIS 비율과 회계제도를 갖고는 금융기관의 기업 대출이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은행들이 기업 도산 등으로 최소 8%를 유지해야 하는 BIS 비율이 하향세를 보이자 신규 대출 억제와 기존 대출 회수를 통해 중소기업을 압박,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 민영화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은 "당장 산업은행 민영화를 한다면 결국 값이 가장 쌀 때 헐값으로 파는 것과 같아 국부유출이 될 수 있다"면서 "관련 법은 통과시키되 민영화 시기는 좀 늦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통미봉남 관련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 "미국 차기 정권에서도 철저한 한미공조고, 이번에 한ㆍ미ㆍ일 공조까지 들어갔고, 중국과도 공조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직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든, 어떤 조치를 하든 한국과 사전에 충분한 교류와 합의 하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 차기 정부도 6자회담을 존중하는 관점에서 일을 할 것이고, (6자회담에) 진전이 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특사 문제도) 성과가 보장돼야 하고 한국과 충분한 협의한 다음 고려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선 "국정을 돌보는데 지장이 없는 것 정도인 것 같다"며 "한국 정부가 여러 가지 대비책을 평소에도 준비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 개각론 입장
이 대통령은 연말개각론과 관련, "이제는 선진국 문턱에 가 있는 나라에 걸맞은 인사를 해야 한다"면서 "국제 회의에 갈 때마다 새 사람(장관)이 나가면 뭘 알겠냐. (타국 장관들) 얼굴 익히는 데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장관이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데 국내에서 바꾸라고 보도하면 외국에서 '상대가 언제 바뀔지 모르는데 이야기해도 될까'라고 생각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선진국에 부총리가 있는 것을 봤느냐"고 부총리제 도입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을 바꿔야 하는데 안 바꾸겠다고 말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해 개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국면 전환을 위한 대대적 '깜짝 개각'은 없겠지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부 장관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정
이 대통령은 마지막 방문지인 로스엔젤레스에서 2일 동안 머물며 아놀드 슈왈제네거 캘리포니아주지사와 안토니아 빌라라이고사 로스앤젤레스시장을 접견하고 동포 리셉션에 참석한 뒤 25일 밤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루 리마에서 폐막한 APEC 정상회의에서 "APEC 역내에서 복수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어떻게 실현할지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그간 역내에서 FTA 체결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후속작업으로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추가 분석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APEC 회원국 정상들은 성명에서 "이번 위기가 18개월 내인 2010년 중반까지 극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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