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지중화(地中化ㆍ땅 속에 묻거나 설치함) 사업이 농촌 지역 주민들의 전기 요금으로 도시 지역 전깃줄을 땅 속에 묻어 주는 구조로 돼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업적 내세우기 지중화 요청에 대해선 100%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전도 이런 문제를 파악, 일단 내년 지자체 요청 지중화 사업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지중화 사업이란 공중에 설치된 배전 선로를 땅 속 설비로 변경하는 것. 전봇대가 사라지는 만큼 미관에는 좋다. 지중화 사업은 공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에 따라 한전 자체 사업과 지자체 요청 사업으로 나뉜다. 태풍이나 폭설,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 상습지역 등을 대상으로 한 한전 자체 사업은 공사비를 한전이 100% 부담한다. 이에 비해 지자체의 지역발전 계획과 연계, 가공 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는 경우(지자체 요청 사업) 한전이 50%, 자자체가 50%의 공사비를 낸다.
그런데 지중화 사업의 경우 공중에 전깃줄을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이 10배나 든다. 한전에 따르면 가공선로는 1㎞당 1억원 정도의 공사비가 드는 데 비해, 지중화는 가공선로를 철거한 뒤 땅을 파 전깃줄을 묻기 때문에 공사비가 1㎞당 10억원이 넘는다. 실제 지중화 사업비는 2004년 540억원에서 지난해 1,042억원으로, 올해는 1,950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지중화의 특성상 택지 개발이나 신도시 건설이 많은 도시 지역은 지중화율이 높은 반면, 농촌 지역은 낮을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단적으로 서울의 지중화율은 51.8%에 달하지만, 전남은 4.1%에 불과하다. 전국 단일 요금제를 시행하는 우리나라에선 결국 농촌 지역 주민들의 전기요금으로 도시 지역 지중화 사업을 지원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중화 사업은 철저히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 요청 사업에 대해 한전이 50%, 지자체가 50%를 부담하는 대신, 지자체가 전체 비용을 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전이 공사비를 100% 부담하는 한전 자체 사업에 대해서도 내년에는 그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일단 신규 지자체 요청 지중화 사업에 대해 시행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며 "지자체에서도 당장 눈에 보이는 업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지중화 만이 능사인 것처럼 호도할 것이 아니라 과연 무엇이 지역 주민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더 큰 이익인 지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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