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정부의 경제팀에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의 인맥이 대거 포진하면서 '루비노믹스'(Rubinomics)로 불리는 루빈 전 장관의 경제기조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자유무역과 균형예산에 집착하고 탈규제를 강조해 당내에서도 공화당 정책과 가깝다는 비판을 받은 루빈의 후예들이, 정부 개입이 불가피한 현재 상황에서 정반대 정책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장관에 내정된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클린턴 정부 시절 루빈이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재무차관을 지냈다. 가이트너와 함께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을 책임질 로런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내정자도 루빈의 후임으로 재무부 수장을 지냈다.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정책을 조언할 또 다른 축인 피터 오스작 백악관 예산국장 내정자도 브루킹스연구소 재직 때 루빈이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추진했던 '해밀턴 프로젝트'를 연구한 적이 있다.
핵심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뿐 아니라 이들을 정부에 추천한 인물도 루빈 전 장관의 인맥이다. 루빈 전 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내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오바마 당선자와 함께 공부한 마이클 프로먼은 경제팀 인선에 깊이 관여했고, 루빈 전 장관의 아들 제임스 루빈 전 국무부 대변인은 프로먼을 보좌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루빈의 영향력 안에 있는 인물들이 루빈 사단을 오바마 경제팀의 주축으로 적극 천거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판적인데다 현재 대규모 재정적자를 동반하는 구제금융이 실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다소 이례적이다. 루빈과 서머스는 재무장관 시절 금융규제를 대폭 폐지하고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서도 거의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NYT는 "금융위기를 조장하는데 일조한 인물들을 금융위기 해결사로 재투입했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루빈 전 장관이 파산 직전에 놓인 씨티그룹의 고문으로 재직중이어서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하다.
그러나 서머스 NEC 의장 내정자는 최근 언론기고 등을 통해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며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클린턴 정부 시절 재정적자 감축에 치중해 노동자 복지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루빈 사단을 비판해 온 진보성향의 경제정책연구소(EPI) 이코노미스트 자레드 번스타인은 "아무리 보수적인 경제학자가 재무장관이 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대규모 재정적자를 막을 수 없다"며 "무역, 수입불균형, 재정지출 등에 대한 루빈의 관점이 나와 맞다는 점이 놀랍다"고 밝혔다. 번스타인의 EPI 동료인 로버트 커트너는 가이트너에 대해 "뉴욕연방은행 총재 시절 금융산업 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달려 들었다"며 현 정부 기조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가이트너 내정자가 구제금융 실행과정에서 헨리 폴슨 현 재무장관과 긴밀히 협조했고, 현 경제 상황이 이념이나 성향을 따질 단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분간 조지 W 부시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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