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은 고물가로 악명이 높다. 런던을 방문하는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물가에 경악한다. 그런데 서울이 런던, 도쿄 등과 어깨를 겨눌 정도로 물가가 올라 버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쿄는 서울 물가의 3배 정도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서울 물가가 도쿄에 필적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물가는 이들을 따라가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건설ㆍ부동산 활성화는 재앙 전략
서울의 물가가 높은 이유는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높으면 모든 임대료가 올라가고, 연쇄적으로 임금까지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물가가 안 오르고 배길 수 없다. 땅값이 오르면 땅 위에 있는 모든 것은 오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의 부동산 값에는 분명히 거품이 있다. 공중에 떠있는 아파트 값이 50억 원에 이르고 있을 정도이니 거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장 회원권 값이 15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이것은 거품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그것도 불과 몇 년 사이에 3배나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생산성이 그렇게 오른 것은 결코 아니다.
한때 도쿄의 아파트 가격이 100억 원에 육박할 때가 있었다. 주가지수가 3만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거품 붕괴와 더불어 도쿄의 부동산 값은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주가는 1만 아래로 내려앉았다. 물가도 내려갔다. 성장률은 제로이다. 거품은 꺼지게 마련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
거품에 대한 처방은 세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다. 거품을 계속 유지하거나 더 키우는 것, 거품을 서서히 꺼트려 나가는 것, 거품을 갑자기 꺼트리는 것 등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계경제의 위기 때문에 거품에 대한 처방을 내야 할 입장에 처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거품부터 꺼지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도 여러 곳에서 그런 징후가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기조는 그 거품을 계속 유지하거나 더 키워 보려는 방향인 것 같아 걱정스럽다. 꺼져야 할 거품을 억지로 유지하거나 더 키우려 하면 나중에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꺼질 때 서서히 꺼지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 부동산 값이 내려앉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규제를 모두 풀고 있다. 이 참에 부자들은 종부세를 무력화시키는 전리품까지 챙겼다. 부동산 거품이 갑자기 꺼지면 물론 문제가 많다. 그러나 그 거품을 계속 유지시키면 우선에는 면피할지 몰라도 그 다음에는 더 큰 위기가 닥친다. 정책의 기본 방향은 거품을 꺼지게 하는데 있어야 하고, 중요한 것은 그것을 천천히 꺼트리는데 두어야 한다.
우리는 거품붕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꺼져야 할 거품이 꺼지는 것은 받아 들여야 한다. 정부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거품을 걷어내면서 나라를 더욱 튼튼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물가고로는 결코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없고 민생 안정도 도모할 수 없다. 부동산 거품을 꺼트려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라를 반석 위에 올리는 길이다.
성장률 집착 버려야 경제 살아나
성장률에 집착하는 것은 거품제거와는 반대 방향이다. 성장률에 집착하면 거품과 물가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더욱이 건설 경기나 부동산 붐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은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해 민생고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경제구조는 성장률이 높다고 고용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는 성장률로 실업문제를 풀었지만 지금은 그 효과가 미흡하다. 그래서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거품을 걷어내면서 산업구조 조정이나 새로운 산업정책으로 고용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거품을 제거시키면서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면 경제는 자동적으로 살아난다. 단지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