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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국가대표 감독이 계륵인가

입력
2008.11.2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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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선망하는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가'계륵(鷄肋)'처지가 됐다. 다른 종목도 아닌 불과 석 달전 끝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기적 같은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이야기다.

올해 프로야구 출범 27년째를 맞은 한국 야구는 13년 만에 500만 관중 시대를 맞은데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 일본 쿠바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 국민들에게 최고의 기쁨을 선사했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의 기쁨도 잠시, 내년 3월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 자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해 3월부터 대표팀을 맡아온 김경문 두산 감독은 금메달 감독으로 CF까지 출연했지만 "내 임무는 베이징 올림픽까지였다"며 고사의사를 피력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것은 선동열 삼성 감독이 고사한 때문이었다.

결국 야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성근 SK 감독이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고사 하는 바람에 김인식 한화 감독에까지 바통이 이어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국가대표팀 감독에 추대된 김인식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코칭스태프 인선과 선수 구성을 전제요건'으로 감독직을 수락한 상태다. 그러나 코치 물망에 오른 일부 프로팀 감독들은 팀 내부 사정을 들며 코치직 거절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야구대표팀 감독을 뽑는데 난항을 겪는 것은 2년 전의 WBC 4강이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설득력을 얻는다. 야구대표팀이 최근 빛나는 성과를 올렸지만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4강에 진출해야 본전이라는 생각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WBC 4강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대부분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해결된 상태라 프로팀에서 허락하지 않는 한 대표팀 선수 차출도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종목이든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는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다. 대한체육회에 가입돼 있는 50여개 가맹단체 모든 종목에 해당한다. 그러나 야구나 축구는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반면 눈 앞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롤러코스터'같은 자리일 수도 있다. 오죽했으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이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까지 했을까.

축구대표팀도 이미 오래 전에 홍역을 치렀다.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감독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허정무 감독까지 넘어왔다. 야구와 달리 국가대항전 성격의 경기가 많은 축구는 월드컵 예선전에서 패할 경우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어 '월드컵은 감독의 무덤'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리는 누가 뭐래도 그 종목에서 최고의 인물이 돼야 한다. 나눠 먹고, 바통을 넘기고 하는 자리는 아니다. 선수로서 태극마크 달기도 힘든 데 수많은 태극마크를 통솔하는 감독자리야 말해 무엇할까.

이번 야구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능력 있고 젊은 지도자들이 선배들한테 대표팀 감독 자리를 떠넘겼다는 인상이 짙다는 것이다. 기적 같이 병세가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김인식 한화 감독은 4년 전 뇌경색을 앓은 분 아닌가. 그런 분에게 팀 사정이 어떻고, 몸이 안 좋고 하는 명분을 내세워 발목을 잡는 것은 참 옹졸해 보인다. 앞으로는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망의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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