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일때 매출 급증 경향
이제 지긋지긋하다. 도대체 증시 바닥은 어디일까. 9월부터 돌기 시작한 바닥론은 날이 갈수록 지수대(1,000→900→800→심지어 500)만 낮추고 있을 뿐이다. 그사이 시장은 넋이 나갈 정도로 널뛰기하고 있다.
갈피를 못 잡는 와중에 '햄과 자전거에게 증시 바닥을 물으라'는 이색적인 분석(대우증권 보고서)이 나왔다. 이들이 경기침체의 반사이익을 얻는 소비재 업종이기 때문이란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먼저 미국의 호멜푸드(Homel Food)사. 스팸(Spam)이라는 햄으로 유명한 이 냉동음식제조업체는 최근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0.4%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첫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이다. 지난해 2분기는 리먼브러더스가 투자한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펀드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용위기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던 시기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호멜의 매출 호조는 미국의 경기 불황을 반영하는 현상이고 극심한 소비부진의 한 단면으로 이해 가능하다"며 "호멜의 매출액이 이전에도 경기침체 시기에 빛을 발했던 걸 감안하면 현재 금융시장에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엔 삼천리자전거가 있다. 삼천리자전거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632억원)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639억원)을 거의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이미 뛰어넘었다. 실적보다 눈여겨볼 사항은 요즘 같은 약세장에도 연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주가다. 9월 3,0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는 현재 9,000원 턱밑(24일 상한가 8,560원)이다.
특히 증시가 어려울 때 오히려 군계일학의 면모를 보였던 삼천리자전거의 과거와 현재 주가흐름 비교는 힌트를 제공한다. 이 연구원은 "시장의 거품을 뒤늦게 (주가에) 반영했던 1999년과 2000년, 2005년 삼천리자전거의 주가가 급등했고, 경기방어 성격 덕에 외환위기와 최근에도 주가가 치솟았다"며 "이는 증시 전반의 상황이 어렵고 바닥도 머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애석하지만 증시 바닥은 삼천리자전거의 주가가 약세로 변하는 시점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때론 작은 회사(자본금 33억원, 시가총액 500억원)의 주가가 시장의 전체 흐름을 좌우하기도 한다"는 설명과 함께.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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