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프로야구 연봉협상 산정은 어떻게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프로야구 연봉협상 산정은 어떻게하나

입력
2008.11.26 05:10
0 0

협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일부 구단은 마무리캠프부터 테이블을 펼쳤지만 본격 협상은 이번 주부터다. 2년 연속 통합 챔피언에 오른 SK는 '한 만큼' 주겠다는 방침이다. 창단 후 두 번째 꼴찌의 수모를 당한 LG는 전체적으로 삭감이 확실시된다.

프로야구단의 연봉고과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산정할까. 각 구단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단장을 위원장으로 운영팀장, 운영과장, 전력분석팀장, 스카우트팀장, 기록원 등 5, 6명의 연봉협상위원이 있다.

이들은 1년 동안 작성한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인상과 삭감을 결정한다. A구단의 고과 산정기준을 보면 ▲구단고과(50%) ▲시즌 성적(20%) ▲타석수, 투구이닝(10%) ▲1군 등록일수(10%) ▲코치고과(10%) 등 5개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이를 세분화하면 항목이 투수는 110개, 타자는 124개나 된다.

구단고과는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공식기록에는 집계되지 않는 내용들이 기재돼 있다. 모든 구단은 '영양가'를 가장 중시한다. 안타를 치지 못했더라도 진루타를 치면 플러스 점수를 얻는다. 또 출루 여부에 상관 없이 상대 투수에게 7구 이상을 던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가산점을 받는다.

시즌 성적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집계하는 공식 기록이다. 규정타석(391타석)과 규정투구이닝(126이닝)을 채우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현실적으로 규정투구이닝을 채우기 어려운 불펜투수들은 1군 등록일수나 등판횟수 등에 큰 비중을 둔다.

코치고과는 일종의 생활기록부다. 선수 개개인의 평소 훈련자세, 생활태도 등이 주로 반영된다. 몇 해 전 모 구단의 주축 투수는 잦은 음주와 심야 숙소 이탈 등으로 코치고과에서 거의 빵점을 맞은 적이 있다.

객관적인 성적이나 수치가 인상과 삭감을 결정하는 열쇠다. 그렇다고 '기록'만 갖고 연봉을 책정하지는 않는다. 각 구단은 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 인기, 입단 후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연봉을 정한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선수에게는 이적할 때 보상금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대박을 안겨주기도 한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 협상 줄다리기 백태

매년 11월말, 12월초만 되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선수는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구단은 한 푼이라도 덜 주기 위해 줄다리기를 한다.

연봉협상에 임하는 선수들은 크게 비교형과 막무가내형으로 나뉜다. 요미우리 이승엽은 삼성 시절 협상 테이블에서 늘 현대 정민태와 비교했다. 프로 초창기에 주류를 이뤘던 막무가내형의 대표주자로는 마해영(전 롯데) 임창용(야쿠르트) 등이 있다.

해태 선동열과 그의 부친 고 선판규씨의 협상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선동열의 협상 대리인이었던 선판규씨는 1987년 최고연봉 선수였던 롯데 최동원과 대등한 대우를 요구하며 구단과 맞섰다.

좀처럼 해결기미가 안 보이자 해태는 선동열을 병무청 입영대상 심의에 올리겠다며 선씨를 압박했다. 그러자 선씨는 "일단 선수등록은 하되 아들이 등판하는 날 광주구장에 팬들을 무료로 입장시키라"고 맞불을 놓았다.

LG 유지현은 연봉조정신청에서 처음으로 선수가 승리한 케이스였다. 2002년 유지현은 전년도 연봉 2억원에서 1,000만원 삭감을 제시한 구단에 반발, 팀내 연봉고과 1위를 내세워 2,000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례적으로 선수의 손을 들어줘 유지현은 2,0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괘씸죄'에 걸린 탓에 유지현은 2004년 자유계약선수(FA)가 됐지만 대접도 못 받았고, 2년 뒤에는 유니폼마저 벗어야 했다.

술에 얽힌 일화도 있다. 93년 겨울 LG 최종준 단장은 정삼흠과 협상하기 위해 매일 술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완강하게 버티던 정삼흠이 어느날 순순히 도장을 내밀었다.

술에 지친 남편을 보다 못한 최 단장의 아내가 정삼흠에게 전화를 걸어 "제발 집에 좀 보내달라"고 하소연했던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허재원기자 hooah@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