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일 치러진 2009학년도 공립 유치원ㆍ초등학교ㆍ특수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의 문제에 대해 "오류가 명백하다"는 학계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가원은 지난해에도 대입 수능시험 물리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외면했다가 한국물리학회가 오류를 지적하자 뒤늦게 정답을 정정한 전례가 있어 시험관리능력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대한수학회, 한국수학교육학회, 한국통계학회에 따르면 세 학회는 평가원의 의뢰를 받아 교사 임용시험 중 초등 교육과정의 17번 문항(수학)을 검토한 뒤 "문제에 오류가 있어 정답이 없다"는 의견을 7일 제출했다. 그러나 평가원은 이를 모두 무시한 채 13일 '문항 및 정답에 이상이 없음'이라는 이의신청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17번 문항은 확률과 통계 문제로, 옳은 것을 선택하는 5개의 제시문 중 '나와 동생은 흰 공 2개, 검은 공 3개가 들어있는 주머니에서 공을 한 개씩 뽑아 흰 공이 나오면 이기는 게임을 했어. 뽑은 공을 다시 넣지 않아도 누가 먼저 뽑든 공평한 게임이야'라는 설명이 문제가 됐다. 평가원은 이 설명을 옳다고 포함시킨 보기 3번을 정답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를 검토한 세 학회의 전문가 중 한 명은 "먼저 뽑은 사람이 흰 공을 뽑았더라도 다음 사람에게 공을 뽑을 기회를 준다는 전제가 있을 때에만 설명문이 옳고, 첫 사람이 흰 공을 뽑은 순간 게임이 끝난다고 할 경우에는 옳지 않다"며 "따라서 17번 문제는 정답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의견을 낸 다른 학회의 전문가도 "시험문제가 확률과 통계에 대한 이해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언제 게임이 끝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지를 따지는 문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평가원의 이 같은 처사에 학계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도한 대한수학회 회장(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은 "전문 학회들이 분명히 오류가 있다는 의견을 냈는데도 어떻게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가원측은 "출제위원장을 포함, 관계자들이 모두 2차 시험 출제에 들어간 상태라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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