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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겨울호 '젊은이를 위한… ' 특집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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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겨울호 '젊은이를 위한… ' 특집서 조명

입력
2008.11.2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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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다루듯이 만지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타는 우습고 평균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우리 부모세대는 그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한거지?"(김영하 장편소설 <퀴즈쇼> 에서)

청년들의 미래는 언제나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나 IMF사태로 상징되는 '붕괴'와 더불어 20대를 시작한 이 땅의 청년세대에게 돌아온 것은 '88만원 세대'라는 더없이 우울한 낙인이었다.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가 '젊은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특집에서 이 청년들의 세대적 감수성을 전위에서 포착하는 청년작가들 혹은 기성작가들의 문학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해 눈길을 끈다.

문학평론가 조연정씨는 대표적 신세대 작가인 황정은씨와 김사과씨의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한 독해를 시도한다. 조씨에 따르면 황씨의 단편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에 등장하는 이른바 '황정은의 아이들'은 버려져 처참한 환경에 놓여있다.

이런 수치스런 상황을 극복하고 탈출하기 위해 그 아이들이 택하는 전략은 두 가지다. 받은 만큼 준다는 자본주의적 교환법칙을 정지시키고, 불편한 현실로부터 재미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황정은의 아이들이 '무반응'이라는 수세적 전략을 취하는 반면, 장편 <미나> 를 비롯한 김사과씨 소설 속의 아이들은 '예기치 못한 폭력'이라는 공세적인 무기를 사용한다.

가령 김씨의 단편 '준희'의 등장인물은 죽기를 바라던 담임선생님이 실제로 죽자 "뛸듯이 기뻤습니다. 정말로 근사하지 않은가요? 인생이란 이런 겁니다"라고 반응한다.

조씨는 두 작가의 작품을 "아이들은 냉담한 기계나 과도한 충동을 발산하는 괴물이 되었다. 이것은 비열한 세상을 넘어서기 위해 오늘날 우리의 젊은 소설이 고안하고 있는 비교적 용기있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정이현씨의 <달콤한 나의 도시> , 백영옥씨의 <스타일> 등 이른바 '칙릿형 글쓰기'를 근거로 상품과 자본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있는 청년들의 세태를 분석했다.

정씨는 이들 소설에는 쇼핑과 연애가 자연스럽게 동일시되고 결혼조차 사물화한 젊은이들의 속물적 세계관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문학평론가 소영현씨는 최인호씨의 <머저리클럽> , 황석영씨의 <개밥바라기별> 등에 나타나는 60대 작가들의 '문청(文靑)시절에 대한 향수'를 읽어낸 뒤 이들 작품은 "우리가 현재 진입해 들어간 건전한 사회상을 구획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어떤 합의된 상을 만들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결론 내린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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