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다루듯이 만지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타는 우습고 평균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우리 부모세대는 그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한거지?"(김영하 장편소설 <퀴즈쇼> 에서) 퀴즈쇼>
청년들의 미래는 언제나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나 IMF사태로 상징되는 '붕괴'와 더불어 20대를 시작한 이 땅의 청년세대에게 돌아온 것은 '88만원 세대'라는 더없이 우울한 낙인이었다.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가 '젊은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특집에서 이 청년들의 세대적 감수성을 전위에서 포착하는 청년작가들 혹은 기성작가들의 문학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해 눈길을 끈다.
문학평론가 조연정씨는 대표적 신세대 작가인 황정은씨와 김사과씨의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한 독해를 시도한다. 조씨에 따르면 황씨의 단편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에 등장하는 이른바 '황정은의 아이들'은 버려져 처참한 환경에 놓여있다. 일곱시>
이런 수치스런 상황을 극복하고 탈출하기 위해 그 아이들이 택하는 전략은 두 가지다. 받은 만큼 준다는 자본주의적 교환법칙을 정지시키고, 불편한 현실로부터 재미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황정은의 아이들이 '무반응'이라는 수세적 전략을 취하는 반면, 장편 <미나> 를 비롯한 김사과씨 소설 속의 아이들은 '예기치 못한 폭력'이라는 공세적인 무기를 사용한다. 미나>
가령 김씨의 단편 '준희'의 등장인물은 죽기를 바라던 담임선생님이 실제로 죽자 "뛸듯이 기뻤습니다. 정말로 근사하지 않은가요? 인생이란 이런 겁니다"라고 반응한다.
조씨는 두 작가의 작품을 "아이들은 냉담한 기계나 과도한 충동을 발산하는 괴물이 되었다. 이것은 비열한 세상을 넘어서기 위해 오늘날 우리의 젊은 소설이 고안하고 있는 비교적 용기있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정이현씨의 <달콤한 나의 도시> , 백영옥씨의 <스타일> 등 이른바 '칙릿형 글쓰기'를 근거로 상품과 자본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있는 청년들의 세태를 분석했다. 스타일> 달콤한>
정씨는 이들 소설에는 쇼핑과 연애가 자연스럽게 동일시되고 결혼조차 사물화한 젊은이들의 속물적 세계관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문학평론가 소영현씨는 최인호씨의 <머저리클럽> , 황석영씨의 <개밥바라기별> 등에 나타나는 60대 작가들의 '문청(文靑)시절에 대한 향수'를 읽어낸 뒤 이들 작품은 "우리가 현재 진입해 들어간 건전한 사회상을 구획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어떤 합의된 상을 만들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결론 내린다. 개밥바라기별> 머저리클럽>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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