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지금은 전대미문의 위기로 그에 걸맞은 전대미문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페루 리마의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CEO 서밋'에서 디플레로 치닫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갖추고 대대적인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정책을 펴야 한다며 강조한 말이다.
'선제적이고 단호하며 충분한' 대책을 전매특허처럼 강조하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표현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수행 경제사절단과의 만찬에서 "위기극복 순서로 봐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위기인식 자체를 시비하거나 특유의 낙관론을 문제삼을 것은 아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국가지도자가 비전을 갖고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은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단호한 의지가 올바른 정책으로 구체화하지 못하거나, 사탕발림처럼 겉돈다면 국민의 배신감과 낙담만 커지게 된다. 금융 또는 실물 대책이라고 내놓은 방안들이 효과는커녕 혼선만 부추기는 지금의 상황이 전형적으로 그런 사례에 해당된다.
무릇 전대미문의 대책이라는 거창한 취지에 부합하려면, 무엇보다 그에 걸맞은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누가 보더라도 전문가라고 수긍할 사람이 상황을 틀어쥐고 일의 순서를 따져 필요한 곳에 필요한 자원을 적시에 정확하고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도처에서 경보가 울리는데도 정부는 위기의 진앙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허겁지겁 땜질 처방만 내놓고 있다.
최근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사이버 논객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그야말로 소극(笑劇)이다. 그에게 쏟아진 찬사도 우습지만,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시장과 신뢰성을 통째 내준 정부의 꼴이 그렇다. 그런 정부가 전대미문의 대책과 성과를 말하려면 대통령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 대통령은 CEO를 '도전적 탐험가'에 비유하며 기업의 분발을 촉구했다. 전인미답의 길을 앞장서 찾아 떠나는 국가 CEO야말로 익숙한 것과 과감히 결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