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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러운 오바마와 힐러리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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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러운 오바마와 힐러리 악수

입력
2008.11.2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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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저렇게 못할까….”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23일 TV 뉴스를 보면서 갑자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뉴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민주당 후보경선의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국무장관을 제안하고 힐러리가 이를 수락했다는 내용이었다. 보기에도 시원하고 멋졌다. 그러나 한국의 집권여당은 여전히 친 이명박계와 친 박근혜계로 나뉘어져 있다. 중립 성향의 그가 혀를 찬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러나 이런 탄식은 한나라당 계파를 거치면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도 오바마처럼, 힐러리처럼 멋지게 해보자”는 자성이 아니라, “저쪽 때문에 화합이 안 된다”는 책임전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친이계 한 초선 의원은 ‘한 손으로는 소리가 안 나고 두 손이 부딪혀야 힘찬 소리가 난다’는 고장난명(孤掌難鳴)이란 사자성어를 꺼내며 “총리, 당 대표를 제안해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MB(이명박 대통령)가 취임 초부터 끌어안기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박 전 대표가 이를 거부했다는 해묵은 주장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친박계의 한 의원은 “MB의 제안에 진정성이 있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박했다. 정말 듣기 지겨운 반응들이었다.

오바마와 힐러리의 관계는 경선에서 성(性) 대결, 치열한 접전을 펼쳤고 그 승자가 오히려 본선에서 압승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 행보는 180도 달랐다. 그들은 손을 잡았고 한국의 두 사람은 등을 돌렸다.

나라는 어렵고 민초들의 삶은 팍팍한 지금, 배는 따뜻하게 못해줘도 마음이라도 시원하게 뻥 뚫어줄 수는 없는 것인지. 오바마와 힐러리에게서 뭔가를 배우기를 기대해본다.

고성호 정치부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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