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4년 전인 2004년 9월. 당시 과반의석(150석)을 가진 집권여당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원내대표는 17대 첫 정기국회 출사표를 이렇게 던졌다. "경제 살리기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이지만 개혁입법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두 과제는 별개가 아니라 같이 가야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18대 첫 정기국회를 앞둔 8월 말. 한나라당은 충남 천안시에서 의원 연찬회를 가졌다. 그 자리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개혁'을 얘기했다. 그는 "정기국회에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며 "국민이 정권을 준 의미는 경제를 살리라는 것도 있지만 나라를 반듯하게 만들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년 전 우리당은 천 원내대표의 공언대로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 사학법 언론법 과거사법)을 정기국회의 지상과제로 들고 나왔다. 그해 말 국회는 4대 입법으로 지새다 막을 내렸대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여권이 공언한 연내 처리는 끝내 무산됐다.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야당이 거세게 저항한 데다 여권 내부에서 조차 의견이 갈리며 추동력을 얻지 못했다.
국보법 폐지 법안은 대표적이다. 강경파와 온건파는 팽팽한 노선 대결만을 벌였고민심을 읽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못했다. 당내 이견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는데 대야 협상이 될 리 없었다. 4대 입법은 사실상 와해됐고 민심은 빠른 속도로 여당을 떠났다. 2005년 4월 재보선을 시작으로 여당은 선거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4년 뒤 과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으로 위치가 바뀐 한나라당은 '개혁'이란 이름으로 각종 감세법안과 규제 철폐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24일부터 종부세 개정안의 기획재정위 심의 등 본격적 국회 입법 절차가 시작된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와 종부세 개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에서 보듯 여당 내에서 조차 이견이 쏟아지고 있다. 자중지란 양상이다. 강경파와 온건파간 이견, 수도권 대 지방의 대결 등 전선도 복잡하다.
여야 간의 입장도 선명히 갈리면서 국회 심의 역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4년 전 한나라당이 그랬던 것처럼 여당 추진 법안을 '악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4년 전 봤던 양태 그대로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4년 전 우리당이 그랬던 것처럼 지지층의 이해에 매몰돼 강경 노선을 고집한다면 그 결과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4년 전 여당은 4대 입법이 관철되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날 듯 안달했지만 시간의 흐름은 "그때 그들의 판단은 틀렸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과연 4년 전 여당의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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