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비리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인물들이 로비에 가담하거나 차명주식거래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루 혐의자들이 참여정부에서 공식적 직책을 맡지는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과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수사는 2006년 1월 세종증권이 농협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있었던 로비 혐의와 매각을 전후해 내부정보를 이용해 이뤄진 부당한 주식거래 혐의 등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2006년 1월 농협이 세종증권을 매입하는 과정에 수십억원의 로비자금 및 뇌물이 오간 사실이 드러났다. 세종증권의 대주주인 세종캐피탈 홍기옥(59) 사장이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해 정대근(64) 당시 농협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인 정화삼(62)씨와 정씨 동생인 광용(54)씨에게 건넨 돈은 검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것만 각각 50억원과 30억원대에 이른다.
검찰은 홍 사장이 두 사람에게 이른바 ‘성공보수’로 거액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돈이 건네진 시점이 매매 계약이 성사될 무렵 혹은 그 후이기 때문이다. 홍 사장이 농협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였던 정 전 회장에게 뇌물을 건넨 대목은 쉽게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정씨에게 건네진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아직까지 묘연하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 형제가 받은 돈이 최종적으로 정 회장에게 꽂혔는지, 다른 곳으로 갔는지는 더 수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돈이 당시 정ㆍ관계 실세들에게 전달됐다면 사건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있을 수 있다.
세종증권 매각과정에서 일부 참여정부 실세들이 매각 정보를 사전에 알고 주식을 사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업계에 파다했다. 농협은 2004년부터 2년 여 동안 매입할 증권사를 물색했고 이 과정에서 SK증권과 세종증권 등의 이름이 수없이 오르내렸다.
2005년 12월 농협은 세종증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하고, 이듬해 1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세종증권의 주가는 불과 11개월 사이에 8배 이상 올랐다. 당시 시장에서는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뒤 참여정부 실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고 주가가 충분히 뛸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약성사를 발표해 차익을 챙길 수 있게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일단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이자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62) 태광실업 회장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 주식을 사고 팔아 100억원 이상 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회장은 “부하 직원들이 세종증권 주식을 사겠다고 해 승인했을 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회장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데에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또 막대한 시세차익이 정권 실세들에게 불법적으로 건네졌는지 밝히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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