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장기(臟器)라도 이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살인죄로 복역 중인 무기수 아버지가 급성 신부전증에 걸린 아들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어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가정불화로 부인과 이혼하고 2000년 살인 혐의로 무기형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박모(54)씨는 두 아들을 어렸을 적부터 그들의 할머니에게 맡겨야 했다.
다행히 두 아들은 잘 커줬고 7년 전부터 경북 구미공단의 한 정밀기계 가공업체에 함께 취직해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해왔다.
두 아들은 군 복무 후 단란한 가정을 꾸미겠다는 소박한 꿈을 꾸며 열심히 일해 왔지만 3년 전 또 다른 불행이 찾아왔다. 큰 아들(28)이 급성 신부전증에 걸려 걸핏하면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보다 못한 작은 아들(26)이 신장을 떼 주겠다고 나섰지만 조직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두 아들은 자신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아버지를 찾는 게 썩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복역중인 아버지를 면회해 도움을 요청했고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검사결과에서도 이식수술 적합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수술을 위해서는 형 집행정지가 필요한데 검찰이 지금까지 무기수에게 형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15년 형을 선고받은 죄수에게 변호인의 입회와 사설 경호팀의 경호 속에 잠시 형 집행정지를 해준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살인죄로 복역 중인 무기수에게 형 집행정지 해준 사례는 없다.
박씨의 둘째 아들은 "교도소 직원과 회사 사장님 등 많은 분들이 도와줘 이식수술 적합판정까지 받았는데 법이 관용을 베풀어 형이 수술을 받고 완쾌해 새로운 세상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제가 다니는 회사의 박종윤(41) 사장과 부산교도소 의무실 최대곤 주임도 "형제가 너무 성실하고 착한데다 박씨도 늦게나마 자식들을 돌보지 못한 것을 죄스러워 하며 이식수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부산지검 이태한 공판부장은 "무기수를 자유롭게 해준 사례는 없었지만 형제의 사연이 딱한 만큼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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